상어 생태관광은 생태친화적일까…"고래상어 행동에 영향"

英 연구팀 "생태관광객 회피행동 증가…먹이·번식에 악영향 우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수익 일부를 환경 보호에 사용한다는 생태관광은 얼마나 생태 친화적일까? 상어 생태관광이 멸종 위기종으로 꼽히는 고래상어(Rhincodon typus)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먹이 사냥과 번식에까지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윌리엄 피어스 교수팀은 9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물속에서 생태관광객을 만난 고래상어가 포식자를 피하는 회피행동 같은 불안정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고래상어의 이런 불안정한 행동 패턴 증가는 먹이 사냥과 잠재적인 번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상어 생태관광의 생태적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상어 생태관광은 세계적으로 규모가 연간 3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많은 국가에서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상어 생태관광과 일부 생태관광지에서 발견되는 상어 종의 감소 사이에 잠재적 연관성이 있음이 입증됐지만 생태관광이 상어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래상어 생태관광지인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수르의 라파스 만에서 무인항공기 촬영과 심층학습(deep learning) 알고리즘 등으로 고래상어 행동을 분석하고 생태관광객에 대한 고래상어의 반응 실험 등을 실시했다.

실험에서 연구팀은 고래상어 39마리를 대상으로 주변에 생태관광객 행동을 모방하는 사람이 함께 수영할 때(20마리)와 고래상어 홀로 수영할 때(19개 마리)의 영상을 촬영해 행동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래상어들은 생태관광객이 주변에서 수영할 때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회피행동 같은 불안정한 행동을 홀로 수영할 때보다 훨씬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불안정한 행동은 고래상어의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먹이를 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번식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상어 개체수가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생태관광이 잠재적인 상어 보호 대책으로 제시돼 왔지만 이 결과는 오히려 상어 생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개체수 감소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상어 생태관광 운영자에게 주변 상어들의 행동을 파악한 뒤 관광객을 투입하도록 권장하고 상어와 관광객 간 최소 거리 규제를 검토하는 등 생태관광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논문 출처 : Scientific Reports, Joel H.Gayford et al. 'Quantifying the behavioural consequences of shark ecotourism',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3-39560-1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