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상대로 '진땀승' 황선홍호…경기 내용엔 아쉬움

상대 압박에 급급한 볼 처리·중원에서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 부족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1차 예선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이겼지만 답답한 경기 내용에 아쉬움을 남겼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2 축구 대표팀은 9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예선 B조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지난 6일 치른 1차전에서 카타르에 0-2 완패를 당한 황선홍호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진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대승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2024년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을 목표로 하는 황선홍호가 만족할 수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시원한 득점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전반 3분 '해외파' 정상빈(미네소타)이 오른쪽 측면을 질주해 키르기스스탄의 수비 라인을 허문 뒤 골대로 쇄도해 홍윤상(포항)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홍윤상이 문전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대 상단 구석을 찌른 게 이날 득점의 전부였다.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한 한국은 이날 슈팅 10개(유효슈팅 4개)를 기록하며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선제골 외에는 모두 무위에 그치며 골 결정력 부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전반 18분 오재혁(전북)의 전방 크로스를 김신진(서울)이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고, 전반 25분에는 김신진이 골대 정면에서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찬 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3분 뒤에는 오른쪽 코너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조위제(부산)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크게 넘어가며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홍윤상의 크로스 이후 오재혁의 오른발 슈팅과 전반 종료 직전 백상훈(서울)의 헤더 역시 골대를 외면했다. 후반 29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광주FC 듀오 허율과 엄지성이 콤비 플레이로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엄지성의 크로스가 허율에게 제대로 닿지 않았다.
슈팅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수월하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초반 득점에 성공했을 뿐, 이후 패스 미스로 인해 여러 차례 공격의 흐름이 끊기는 모습도 노출했다.

중원에서는 좀처럼 전방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백패스를 자주 하는 등 선제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플레이의 부재로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지는 못했다.

또 상대의 밀집 수비와 육탄 방어에 최전방 공격 지역으로 공이 원활하게 배급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후방 빌드업하는 과정에서도 상대가 예상보다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하자 공을 앞으로 차내기에 급급했고, 급한 마음에 발이 꼬이며 공 소유권을 넘겨주기도 했다.

이는 고스란히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졌고, 수비진이 뒤늦게 가까스로 막아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비 상황에서도 제대로 공을 걷어내지 못해 상대의 공격 기회를 제대로 끊어내지 못하는 등 불안한 상황을 초래했다.

정상빈이 빠른 스피드로 상대의 측면을 휘젓고, 홍윤상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드리블을 통해 최전방으로 여러 차례 파고든 점은 위안거리였다.
자연스럽게 황선홍호의 파리행 티켓 확보 여부에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번 예선에서 조 1위에 오르거나, 11개 조 2위 팀 가운데 상위 4팀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인 내년 4∼5월 U-23 아시안컵 본선에 나갈 수 있다.

AFC U-23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2024 파리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쌓아 B조 1위에 올랐고, 12일 '약체' 미얀마와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황선홍호가 조별예선을 통과해 아시안컵 본선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경기력으로 3위 안에 들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이는 일본과 '난적' 이란을 비롯해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꺾어야 한다. 수비 상황의 불안함을 해소하고, 빌드업 과정에서의 세밀한 패스 플레이와 중원 장악 능력, 세트피스 상황에서 정교함 등을 가다듬는 게 숙제로 남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