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건물 순식간에 무너졌다"…모로코 처참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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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만에 최악의 강진…사망자 2000명 넘어북아프리카 모로코에 1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수천 명이 사망하고 주요 문화유산이 파괴됐다. 주요 피해 지역의 도로가 파손되는 등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심야 시간, 취약한 내진 구조로 피해 커져
산악지대 접근 어려워 피해 규모 더 늘 듯
9일(현지시간) 모로코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 71㎞ 지역에서 발생한 6.8 규모 지진으로 인해 사망자 2012명, 부상자 2059명이 발생했다. 진앙에서 360㎞ 떨어진 수도 라바트를 포함해 5개 주에서 피해가 보고됐다. 강도 6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 것은 20세기 들어 처음이다. 앞서 1960년 모로코 중남부 도시 아가디르에서 5.8 규모 지진이 발생해 1만2000명 가량 사망한 바 있다. 현지 촬영 영상에 따르면 5m 높이의 주거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불이 켜져 있던 건물에 있던 거주자들은 손쓸 새도 없이 사고에 희생됐다. 식당 건물이 흔들리자 손님들이 한데 뒤엉켜 거리로 뛰쳐나가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거리는 갈 곳을 잃은 이재민과 들것에 옮겨지는 부상자, 오가는 앰뷸런스 등이 섞이며 아수라장이 됐다.
지진으로 인해 12세기에 지어진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이 일부 파괴됐다. 69m 높이의 이 건물은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문화유산들도 강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11세기 베르베르인들이 수도로 건설한 고도(古道) 마라케시는 모로코 제4의 도시다.
이번 지진은 진원과 발생 시간, 지진에 취약한 건물 구조 등 요인들이 겹쳐 대규모 참사로 이어졌다. 지진은 아틀라스산맥 18.5㎞ 지하에서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진원이 얕아 파괴력이 배가됐다. 또 시민들이 잠들기 위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대에 지진이 발생해 사상자가 늘었다. 인근 지역 건물들이 지진에 취약한 붉은 진흙 벽돌로 지어진 점도 피해 규모가 커진 원인 중 하나다. 주요 피해지역인 산악지대로 접근하는 도로가 파손돼 사상자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모로코 정부는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사흘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모로코에 지지와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란 정부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