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문제아' 그리스…12년 만에 신용등급 '투자 적격' 격상

친시장 정책에 경제회복 기대 커져

사진=연합뉴스

막대한 국가부채로 ‘유럽의 문제아’로 불렸던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으로 상승했다. 2010년대 재정위기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강력한 친시장 정책을 펼친 중도우파 성향의 여당이 지난 7월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그리스의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글로벌 신용평가사 DBRS 모닝스타는 그리스의 장기 외화 및 자국 통화 표시 신용등급을 ‘BB(투자부적격등급)’에서 ‘BBB(투자적격등급)’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신용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DBRS 모닝스타는 캐나다계 글로벌 신용평가사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인정하는 신용평가사다. DBRS 모닝스타는 발표에서 “그리스 정부가 신중한 재정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정부부채와 재정이 크게 개선됐다”며 신용등급 상향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채비율이 하락 추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적 책임을 지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는 2010년 재정난을 감당하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과 ECB 등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듬해 2차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부채 부담은 지속됐다. 2014년 그리스 국내총생산은 구제금융 전인 2009년보다 25% 급감했다.

국가 신용등급도 추락했다. 1차 구제금융을 받은 다음해인 2011년 1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BBB-’에서 투자부적격등급인 ‘BB+’로 낮췄다. 피치의 하향으로 그리스는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로 분류됐다. 이후 2012년 그리스가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그리스 국채를 손실 처리하거나 장기채로 교환하면서 S&P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까지 강등하기도 했다.

그리스가 살아나기 시작한 건 2019년 중도우파 성향 정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집권한 이후다. 미로타키스 총리는 취임 이후 기업 감세와 외국인 투자 유치, 공기업 민영화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들을 펼쳤다. 강력한 재정 긴축도 시행하며 재정 건전성을 높였다. 2020년 206%였던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171%까지 내려갔다. 2분기 GDP는 전 분기보다 1.3% 증가했다.

이에 피치는 지난 1월 그리스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직전인 ‘BB+’까지 올렸다. 현재 그리스 신용등급을 BB+로 지정한 S&P도 최근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그리스 국민들이 지난 7월 총선에서 여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면서 재정개혁은 지속될 전망이다. 재선에 성공한 미토타키스 총리의 공약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2027년까지 140%로 낮추고 구제금융 일부 조기상환 등 ‘재정위기의 종료’다. DBRS 모닝스타는 “이번 선거 결과가 그리스에 또 다른 안정기를 가져다 주고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