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열차 타고 모스크바 갈까…방러 행보 두고 추측 다양

11일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여전히 유력…日매체 "하산역서 맞이 준비"
시기 따라 정상회담 장소 바뀔 수도…국정원도 김정은 '깜짝 행보' 언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향후 취할 수 있는 행보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당초 서방에서는 김 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개막한 동방경제포럼(EEF) 기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후 3년 7개월 만에 국경을 개방해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북한과 1년 6개월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으로 무기 확보가 필요한 러시아가 군사 분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북러 양국은 EEF가 시작된 이날까지도 김 위원장 방문 여부 등에 대해 함구하는 탓에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에서는 그의 러시아행 일정을 두고 다양한 예상이 나온다.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전망은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북한에서 출발해 오는 11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취재에서도 러시아가 내부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일정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한 일본 매체는 러시아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에 붉은 융단이 깔리는 등 김 위원장을 맞이할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다만 사실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과 회담을 열 것으로 전망된 푸틴 대통령도 오는 11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현지 일정을 소화한 뒤 다음 날인 12일 EEF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까닭에 현지에서는 만약 김 위원장이 실제 11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면 북러 정상이 EEF 본회의 하루 전에 미리 만나거나 나머지 행사 기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대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다만 본회의 전날 또는 당일에 양국 정상이 만난다면 그 장소가 블라디보스토크밖에 없지만, EEF 마지막 날에 만남이 성사될 경우 하바롭스크주나 아무르주 등 극동 다른 지역도 회담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하바롭스크는 김 위원장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방문했던 곳이며, 아무르주에는 최첨단 시설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있다.

만약 북러 정상이 이번 회담으로 위성 기술과 핵 추진 잠수함 등으로까지 군사협력을 확대할 의지를 천명할 경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상징성을 갖춘 장소로 꼽힌다.

또 북러 정상이 EEF 이후 수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열 수도 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북한 선대 지도자들처럼 전용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모스크바로 이동한 뒤 이달 말께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의전을 중요시하는 북한 외교 관례상 EEF 기간을 피하면 러시아가 김 위원장만을 위한 공식 행사 등을 준비할 수 있고,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동안 러시아 도시들을 방문하며 대내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북한 선대 지도자들이 지났던 러시아 내 행적을 재현함으로써 '백두혈통' 정통성을 다시 한번 부각하고, 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효과 역시 거둘 수 있다고 본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옛 소련·러시아 정상을 만나기 위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한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7월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집권 후 처음으로 특별열차를 타고 러시아 방문에 나섰으며,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따라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하바롭스크 등을 찾았다.앞서 지난 7일 국가정보원도 "김정은이 기존 예상 경로와는 다른 경로로 '깜짝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