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다이아몬드' 시장 판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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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돌풍국내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 전문 브랜드인 더그레이스런던(운영사 이월드)은 지난달 말 롯데백화점 경기 동탄점에서 VIP 초청 행사를 열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조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각종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자리였다. 이날 진풍경이 벌어졌다. 약 2시간 만에 1억원어치 제품이 동나 버렸다. 롯데를 포함해 백화점 3사의 주얼리 VIP 행사에서 이처럼 이른 시간에 억대 매출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천연제품의 10분의 1 가격 불과
명품·주얼리기업들 속속 진출
2035년 세계시장 20조원 전망
광산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탄생한 인조 다이아몬드 열풍이 국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10일 이랜드 계열사인 이월드 관계자는 “이달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도 VIP들을 초청해 주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KDT다이아몬드가 지난 2021년 처음 실험실 배양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인도 중국 등과 함께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8개국 중 하나가 됐다.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고온고압법(HPHT), 화학기상증착법(CVD) 방식으로 제조한다. 인도의 ATLR 등 30여 개 제조사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탄소 원자를 배양해 물리적, 화학적, 광학적 기준에서 100% 동일한 인조품을 만들어낸다. 가격은 천연산의 최대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2018년엔 세계 1위 다이아몬드 광산 기업인 드비어스도 랩그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가치 소비 트렌드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명품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입어 실험실 다이아몬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시장조사업체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글로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15년 19억달러에서 2035년 14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연구소 소장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시장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낳고, 이를 통해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