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미국,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관계 격상(종합2보)

바이든 대통령, 국빈 방문해 쫑 서기장과 회담…공급망·반도체 협력 추진
무기류 수출도 타진…인권 문제 거론 여부에 '이목'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과 베트남이 양국 관계를 가장 높은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 강화 및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합의했다.

베트남 공산당 외교위원회는 바이든 대통령과 쫑 서기장의 회담이 끝난 뒤 평화, 협력,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양국 관계를 이같이 격상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50년 동안 갈등에서 정상화를 거쳐 새롭게 격상된 단계로 올라갔다"고 평가한 뒤 "방문 기간에 경제와 기후 및 다른 사안에서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쫑 서기장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래야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쫑 서기장의 초청으로 이틀간 현지를 방문하기 위해 이날 오후 4시께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바이든은 2021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베트남을 처음 방문했다. 또 국교 정상화 이후 현지를 방문한 5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바이든은 방문 기간에 쫑 서기장 외에도 보 반 트엉 국가주석, 팜 민 찐 총리 등 지도부 인사들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비동맹'을 표방하는 베트남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 러시아, 중국 등 4개국뿐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해 12월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가 1995년 7월 국교를 정상화한 데 이어 2013년 7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미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6% 늘어난 1천93억9천만달러(약 146조원)로 집계됐다.

베트남은 주로 의류와 신발, 스마트폰, 목재가구를 미국에 수출한다.

양국 간 교역액은 작년에 1천238억6천만달러(165조원)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미국의 대 베트남 직접 투자는 1천200여건에 금액으로는 110억달러(14조7천억원)를 넘어섰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격상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기반을 한층 더 확대할 수 있을걸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중국 위주로 형성된 공급망을 베트남으로 옮겨서 확충하고 반도체 산업에 관한 공조를 강화하는 등 경제 협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토류 공급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국가다.

인텔, 구글, 앰코 테크놀로지와 보잉 등 다수의 거대 기업 고위 관계자들도 이번 방문에 동행해 11일 열리는 양국 간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한다.

인텔은 베트남 남부에 반도체 조립·테스트 공장을 두고 있다.

보잉은 737 맥스 기종 50대를 베트남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에 무기류 등 군수 물자를 수출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오랜 기간에 걸쳐 러시아제 무기를 수입해 군 현대화를 진행해왔다.

뉴욕타임스(NYT)도 올해 3월 작성된 베트남 정부 문서를 근거로 베트남이 미국과 거리를 좁히고 있는 와중에도 러시아 무기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새로운 파트너십은 베트남이 미국을 비롯해 우리의 동맹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거론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은 2018년 이후로 시민운동가 등 최소 163명에 대해 반국가 활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표현과 종교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