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열차 탄 김정은…"푸틴과 정상회담 임박"

20시간 걸친 방러길 올라

4년5개월 만에 회동 성사될 듯
北·러 "金, 푸틴 초대로 러 방문"
재래무기·핵기술 거래 논의 촉각

美 "자포자기 행위, 고립 더 심화"

< 경비 삼엄한 블라디보스토크역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전용열차를 타고 방러길에 오른 가운데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승강장에 경찰과 군인, 군견 등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두 나라가 공식 확인했다. 김정은은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 방문길에 올라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의 핵잠수함 기술 및 식량 등을 맞교환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11일 브리핑에서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에 러시아에 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곧 러시아를 방문해 회담할 것”이라고 이날 밤 8시께 보도했다.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달 초부터 이어지던 가운데 양측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정은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정보당국이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지난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했으며, 늦어도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 경우 김정은은 12일이나 13일께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오랫동안 김정은의 방문을 준비해왔다”고 인테르팍스에 전했다. 이날 일본 민영방송 JNN 등에 따르면 가슴에 북한 배지를 단 북측 시찰단이 전날 북·러 국경역인 하산역에서 청소와 페인트칠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예상과 달리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언론 RTVI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EEF에선 회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EEF와는 별도로 정상회담을 하거나, 두 정상이 모스크바로 이동해 회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방탄 소재로 만들어진 전용열차를 이용해 방러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열차는 경호가 용이한 데다 김정은이 2019년 4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에도 이용한 익숙한 방법이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거리는 약 1180㎞로, 열차로 20시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가 부족한 러시아에 북한이 포탄 등을 공급하고, 대가로 핵 개발 기술과 식량 등을 제공받는 내용의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 공식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2019년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의 첫 회담에서는 공식적인 합의 결과가 없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양국 공동성명이 나온다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무기 거래나 핵 기술 이전 등에 대한 논의는 담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만남을 통해 (무기 거래 등에 대해) 실무적 단계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러 연대는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사상 첫 연합군사훈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연대에 대항한 북·중·러 연대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는 러시아와 달리 무기 거래 등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협력에는 다소 거리를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CBS방송에 출연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자포자기 행위”라며 “이는 결국 북한과 러시아를 한층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