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음악인] '비운의 천재' '3대 디바'…재즈보컬, 빌리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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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엘라 피츠제럴드, 세라 본과 함께 ‘3대 여성 재즈 디바’로 불리는 빌리 홀리데이(1915~1959)는 비운의 천재로 불린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약물 중독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져서다.
홀리데이의 보컬은 독특하다. 당대 재즈 보컬들은 풍부한 성량 때문에 가스펠 창법으로 노래했다. 하지만 그는 억양과 박자를 짧게 조절하는 새로운 창법을 구사했다. 1915년 필라델피아 슬럼가에서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14세 때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1933년 18세 나이에 프로듀서 존 해먼드에 눈에 띄면서 첫 재즈 앨범을 냈다. 이후 루이 암스트롱, 베니 굿맨, 테디 윌슨 등 기라성 같은 연주자와 함께 공연했다. 1940년대에는 한 해 수입이 12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밖으론 화려했지만, 안으론 썩어 들어갔다. 세 번의 이혼을 겪으며 우울증에 걸렸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1958년과 1959년 ‘레이디 인 새틴’과 ‘라스트 레코딩’을 잇따라 발매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간경화는 점점 악화됐다.
비극적인 삶으로 인해 홀리데이는 죽은 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4개의 그래미상도 모두 사후에 받았다. 1986년엔 그의 생애를 다룬 연극 ‘에머슨 바 앤드 그릴에서 레이디 데이’가 무대에 올랐고, 2020년엔 영화 ‘빌리’가 개봉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