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클라우드 분사 속도내나…장융 CEO 돌연 사임

장융, 10억달러 규모 그룹 펀드 운용
"장융의 알리바바 시대 끝났다"
돌아온 마윈 그룹 내 존재감 강화
사진=REUTERS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부를 이끌던 장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임했다.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지 두달여만에 장 회장이 사임하면서 알리바바의 사업 계획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중국 차이신 등에 따르면 장 회장은 10일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부 회장 겸 CEO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후임에는 우융밍(에디 우) 신임 알리바바그룹 CEO가 임명됐다. 장 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이 조성하는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규모의 과학기술 펀드를 운용할 예정이다.알리바바그룹은 지난 3월 회사를 6개 사업부로 나누는 ‘1+6+N’ 조직개편안을 발표했고, 이어 6월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부터 장융 회장이 그룹 회장 겸 CEO직에서 물러나고 차이충신(蔡崇信·조지프 차이) 부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우융밍 전자상거래 부문 책임자가 그룹 CEO를 각각 맡는 계획이었다.

장 회장은 그룹 회장 및 CEO직에서 내려오면서도 클라우드 사업부의 회장 겸 CEO를 계속 맡을 예정이었다. 장 회장은 두 달 전만 해도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현재 분사 진행 중인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그룹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회장은 이날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알리바바는 그의 사임 배경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서 "장 회장이 지난 16년간 알리바바그룹에 기여한 노력과 공헌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그에게 '알리바바 공로자'라는 명예 칭호를 수여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장융의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했다.장 회장의 사임으로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부 기업공개(IPO)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알리바바그룹은 11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이 계획대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알리바바 클라우드 부문의 분사 계획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지난 5월 1년 안에 클라우드 사업부 분사해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직원 7%를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왔다. 시장에서는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부의 기업가치가 410억~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부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은 같은 기간 106% 급증했다.

또한 장 회장의 사임으로 돌아온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존재감이 더 커질지 주목된다. 마윈은 지난 2020년 10월 당국 규제를 비판한 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올해 3월 중국으로 돌아왔다. 마윈은 지난 6월엔 계열사 임원 회의를 소집하는 등 사실상 경영 복귀를 알렸다. 당시 회의에서 마윈은 “알리바바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한편 이번에 퇴임한 장 회장은 상하이재경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에서 일한 뒤 2007년 알리바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했다. 2009년 11월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 행사를 기획하며 마윈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2015년 알리바바 CEO 자리에 올랐고, 2018년 마윈이 은퇴를 선언한 후 2019년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