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300여명, 뉴욕서 "대만, 유엔 참여해야" 거리행진

"대만의 자유 지키자" 등 구호 외치며 유엔본부 주변 행진

대만 정치인들과 해외에 거주하는 대만인 등이 제78차 유엔총회(UNGA)가 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 부근에서 대만의 유엔 참여 정당성을 주장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11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대만 입법회(의회) 의원과 해외 거주 대만인 단체 회원, 지지자 등 300여명은 토요일인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주변에서 대만의 유엔 참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하는 거리 행진을 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을 출발해 맨해튼 서쪽 도로를 따라 42번가와 타임스퀘어를 거쳐 뉴욕도서관에서 거리 행진을 마쳤다.

대만인 300여명은 '대만의 자유를 지키자' '대만을 위한 유엔' 등의 깃발과 플래카드를 내건 채 구호를 외치면서 질서정연하게 거리 행진을 했다. 사실상 뉴욕 주재 대만 총영사관 역할을 하는 뉴욕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는 행진이 이뤄지는 거리 주변 건물 전광판에 대만의 유엔 참여 정당성을 알리는 옥외 영상물 광고가 나오도록 후원하고 대형 푸드트럭을 제공하는 등 거리 행진을 측면 지원했다.

푸드트럭의 전면에는 "대만을 위한 글로벌 평화"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뉴욕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는 해마다 유엔총회 기간 대만의 유엔 참여를 촉구하는 짧은 영상물을 제작해 방송과 거리 광고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의 리광장 처장은 "대만이 안전하면 세계가 안전하고, 대만해협이 평화로우면 세계가 평화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 행진을 조직한 슈붜천은 중앙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거리 행진을 계기로 더 많은 뉴욕 주민이 대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대만의 유엔 참여를 지지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 행진에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스잉, 천팅페이 등 입법위원 6명이 참여했다. 대만 정부도 이번 유엔총회를 맞아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의 해외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만의 유엔 참여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활발한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다.

우 외교부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의 20여개 현지 매체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대만의 유엔 배제는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에 대한 중국의 '왜곡'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는 1971년 10월 알바니아 대표에 의해 발의돼 가결됐으며, 이에 따라 중국이 유엔의 합법적 대표가 되고 대만은 사실상 유엔에서 쫓겨났다.

이 결의에는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임을 인정하며 유엔과 관련 조직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장제스(蔣介石) 정권 대표를 즉시 추방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만은 1945년에 창설된 유엔의 창립 멤버였지만, 이 결의에 따라 회원국 지위를 잃었다.

대만은 이 결의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근거로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톈중광(田中光)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도 지난달 29일 '2023 유엔 참여 추진안 관련 언론 설명회'를 열고,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에 대한 잘못된 해석 시정 등 4가지를 유엔에 대한 대만의 요구사항으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78차 유엔총회는 지난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했으며, 고위급 일반토론은 오는 19∼29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