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소비 안줄여요"...中 MZ세대, 레저·여행 수요 폭증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중국 MZ세대의 레저와 여행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조사기관 '민텔 그룹(Mintel Group)'은 중국 MZ세대의 8월 소비 지출이 레저, 여행, 쇼핑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급증했다고 밝혔다.중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에서 MZ세대의 소비 지출은 핵심 동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청년 실업률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MZ세대의 소비 지출 역시 위축될 것이란 경고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암울한 경제 환경에서도 중국 청년층들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MZ세대의 지갑이 닫히는 대신 열린 것이다.

민텔 그룹의 수석 연구 분석가 블레어 장은 "팬데믹 이후 영화 관람, 전시회 방문, 야외 운동 등 경험 중심의 지출은 MZ세대에게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며 "주택 구매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미루고 당장의 만족과 소비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중국의 박스 오피스는 기록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고 핫스팟 여행지도 MZ세대로 끊이질 않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에도 MZ세대의 소비 지출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학을 졸업한 양즈펑(22)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단 하나의 사무직 자리를 위해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려드는 것을 보고 낙담해 정규직 자리를 포기하게 됐다"면서 "최근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지금은 한 달 월급으로 137달러(약 18만 원)를 받으며 파트타임 접수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시장이 이렇게 나쁜데 왜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스스로를 힘들게 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관광 명소를 방문하고 친구들과 인기 레스토랑을 찾아가면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바나 리(23)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케팅 회사에 지원 중이라고 밝힌 그녀는 "아직 취업하지 못해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지만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직업이 없어도 신상 드레스를 사기 위해 137달러(약 18만 원)를 지불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


홍성진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