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정 확인하는 공무원 단 1명…애초부터 비극 못 막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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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빌라서 모자 비극…가스비 3개월, 건강보험료 56개월 체납
위기가구 통보에도 확인 못 해…출생 신고도 안 한 것으로 확인
송파·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바뀐 게 없어, 복지 시스템 재정비 필요성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빌라에서 일어난 모자(母子)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우리 사회 고질적 문제인 '복지 사각지대'가 다시 드러났다.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와 희소병을 앓다가 숨진 '수원 세 모녀' 비극을 겪은 이후에도 위기가정 발굴을 위한 행정의 노력은 턱없이 모자랐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들을 홀로 두고 여성이 숨진 빌라가 있는 서신동 주민센터에서 위기가정 확인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1명이다.
이 공무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전기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한 가구를 통보하면 가정 형편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상 공과금 체납 사유를 알아보는 것 외에 자체적인 위기가정 발굴은 어려운 인력 구조다.
최근 서신동 주민센터에는 위기가정 87곳이 통보됐는데, 이때도 해당 공무원이 일일이 발품을 팔면서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숨진 A(41)씨 또한 이때 대상에 포함됐지만, 공무원이 방문했을 때 부재중이어서 만나지는 못했다. 추후 공무원이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이때도 연락이 닿지 않아서 생활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가스비를 3개월 체납했고 건강보험료는 무려 56개월이나 내지 못해 체납액이 118만6천530원에 달했다.
매달 5만원씩인 많지 않은 관리비도 반년간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가족 간 채무가 있고, 최근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소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9시 55분께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난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여성의 곁에는 생후 20개월 전후로 추정되는 그의 아들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아들은 수일간 음식물을 먹지 못 해 쇠약한 상태였으나 병원 치료를 통해 의식을 되찾았다.
이 아이는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아 신원 확인이 어려워 정확한 나이를 파악하는 데 혼선이 있었다.
A씨 사망 원인은 부검을 통해 '동맥경화'로 잠정 결론 났다.
시신에서는 담석도 발견됐는데, 여성은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생활고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동에서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통장 등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하면 가서 확인할 수는 있지만, 복지부 통보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숨진 주민이 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본인이 신청해야 그때 대상자로 지원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구조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비극을 계기로 "복지정보 시스템 작동이 되지 않는 곳이 없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에 철저한 대책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1년여 만에 전주에서 재차 되풀이된 모자의 비극으로 우리 사회 복지 시스템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연합뉴스
위기가구 통보에도 확인 못 해…출생 신고도 안 한 것으로 확인
송파·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바뀐 게 없어, 복지 시스템 재정비 필요성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빌라에서 일어난 모자(母子)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우리 사회 고질적 문제인 '복지 사각지대'가 다시 드러났다.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와 희소병을 앓다가 숨진 '수원 세 모녀' 비극을 겪은 이후에도 위기가정 발굴을 위한 행정의 노력은 턱없이 모자랐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들을 홀로 두고 여성이 숨진 빌라가 있는 서신동 주민센터에서 위기가정 확인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1명이다.
이 공무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전기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한 가구를 통보하면 가정 형편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상 공과금 체납 사유를 알아보는 것 외에 자체적인 위기가정 발굴은 어려운 인력 구조다.
최근 서신동 주민센터에는 위기가정 87곳이 통보됐는데, 이때도 해당 공무원이 일일이 발품을 팔면서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숨진 A(41)씨 또한 이때 대상에 포함됐지만, 공무원이 방문했을 때 부재중이어서 만나지는 못했다. 추후 공무원이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이때도 연락이 닿지 않아서 생활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가스비를 3개월 체납했고 건강보험료는 무려 56개월이나 내지 못해 체납액이 118만6천530원에 달했다.
매달 5만원씩인 많지 않은 관리비도 반년간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가족 간 채무가 있고, 최근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소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9시 55분께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난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여성의 곁에는 생후 20개월 전후로 추정되는 그의 아들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아들은 수일간 음식물을 먹지 못 해 쇠약한 상태였으나 병원 치료를 통해 의식을 되찾았다.
이 아이는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아 신원 확인이 어려워 정확한 나이를 파악하는 데 혼선이 있었다.
A씨 사망 원인은 부검을 통해 '동맥경화'로 잠정 결론 났다.
시신에서는 담석도 발견됐는데, 여성은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생활고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동에서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통장 등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하면 가서 확인할 수는 있지만, 복지부 통보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숨진 주민이 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본인이 신청해야 그때 대상자로 지원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구조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비극을 계기로 "복지정보 시스템 작동이 되지 않는 곳이 없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에 철저한 대책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1년여 만에 전주에서 재차 되풀이된 모자의 비극으로 우리 사회 복지 시스템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