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가 말하는 마약 세계… "마약의 끝은 무덤이다"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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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책 리뷰마약이 사회 곳곳에 퍼지자 마약에 대한 책들도 줄을 잇는다. 올들어 <펜타닐>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등이 출간됐다. 이 중에서 최근 출간된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는 한국의 현직 의사가 쓴 마약 책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양성관 지음
히포크라테스
368쪽 | 1만8000원
저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양성관. 치료 목적으로 마약을 처방하거나 외래 진료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마주한 경험이 있는 의사다. 가명 처리한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단순히 마약중독자들을 자극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마약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오늘날 중독성 높은 마약으로 악명 높은 펜타닐은 '명절을 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누군가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던 진통제였다. 마치 코카인이 최초의 국소 마취제로 외과 수술의 발전을 이끌었듯이.
저자는 2008년부터 15년간 환자 20만명을 진찰하고, 7권의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히틀러의 주치의들> <너의 아픔 나의 슬픔> 등이 있다. 책은 개별 마약의 특성과 사례를 넘어 마약산업을 살펴본다. 책의 1부는 마약을 소비하는 개인적 측면을, 2부는 생산-유통-판매로 이어지는 사회 시스템을 분석했다.오늘날 마약이 일상을 파고드는 이유는 마약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들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요를 줄여야 마약 산업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시장에서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고위험 저수익)'으로 바뀐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치료가 우선이다. "마약 투약자가 다시 마약을 하지 않게 하려면 처벌보다 치료가 효과적이다. (…) 마약중독자는 감옥에 가둘 것이 아니라 환자로 간주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토록 마약의 끔찍한 면을 보여줬음에도 혹시 책을 읽다가 마약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저자는 독자를 향해 "(마약 하는) 상상조차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신신당부한다. "마약의 끝은 감옥이나 병원, 그것도 아니면 무덤"이라는 것이다.
"마약중독자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난 결코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끊을 수 있다.' 하지만 틀렸다. 마약에 중독되지 않는 방법은 처음부터 마약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