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콰르텟 "가족들 서로 달라도 '그 집안만의 느낌' 있잖아요"

올해 창단 10주년…하이든 현악사중주 4곡으로 채운 첫 음반 발매
"네명이 하나의 악기처럼 연주…서로 밸런스 맞추면서 음악 배우죠"
"피가 섞인 가족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외모나 성격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보다 보면 묘하게 '저 사람, 그 집 사람이네'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저희도 그래요.

각기 개성은 다르지만, '아벨'이라는 같은 색깔을 내죠."
현악사중주단 아벨 콰르텟이 어느덧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국내에서는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던 10년 전부터 독일에서 결성돼 꾸준히 국내외 활동을 이어온 팀이다.

이달 초에는 첫 정식 음반 '인 노미네 도미니(In nomine Domini)를 발매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만난 아벨 콰르텟은 10년을 유지해 온 팀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새 음반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을 때면 풋풋한 설렘이 느껴졌다.

아벨 콰르텟은 바이올린 윤은솔(36)·박수현(34), 비올라 박하문(25), 첼로 조형준(36)으로 구성돼 있다.

윤은솔과 조형준은 창단 멤버로, 박수현은 2016년부터 함께하고 있고, 박하문은 올해 새로 합류했다. 조형준과 박수현은 부부기도 하다.

창단 멤버인 조형준과 윤은솔은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벌써 10년인가 싶다", "어제 창단한 것 같다"며 지난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벨 콰르텟은 창단 이듬해인 2014년 독일 아우구스트 에버딘 실내악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15년 오스트리아 하이든 실내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현악사중주단으로는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에도 프랑스 리옹 실내악 콩쿠르, 제네바 음악 콩쿠르 실내악 부문 등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잦은 편은 아니지만, 종종 있었던 멤버 교체에 팀의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했다.

윤은솔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원래 색깔을 유지해야 하는지, 새로운 색깔을 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다"며 "마치 결혼생활 같다.

내가 살아온 방식만을 주장할 수 없지만, 내 것을 지키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벨 콰르텟은 현악사중주는 다 함께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곡에 대한 비슷한 해석을 갖고 있어야 하고, 기술적으로도 비브라토(음을 떠는 기교), 활의 속도 등 맞춰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멤버들은 '예민한 작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수현은 "사중주는 마치 한 악기처럼 소리를 내는 게 너무나도 멋지다.

어떤 부분에서는 오르간이나 아코디언 같은 소리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건 4중주밖에 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작곡가가 원하는 하나의 목소리를 네 사람이 나눠서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하문 역시 "군대에서 여럿이 보트를 머리에 이고 옮길 때 보면 키도 다르고 체형도 다르다.

누구 하나가 힘들다고 힘을 빼면 작업을 할 수 없고, 너무 앞서나가도 안 된다"며 "사중주도 보트를 옮기는 작업 같다.

무사히 보트를 옮기기 위해 합을 맞춰나간다"고 덧붙였다.

같은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지만, 연주자의 개성을 완전 감추지는 않는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연주자를 정해두지 않고, 윤은솔과 박수현이 작품별 특징과 각자의 개성에 맞춰 역할을 나눠 맞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아벨 콰르텟이 창단 초기부터 지켜온 일종의 규칙이다.
그렇게 서로 맞춘 합으로 발매한 첫 음반은 하이든이 남긴 현악사중주 70여곡 가운데 4곡으로 채웠다.

작품번호 64-5 '종달새', 75-1, 33-1, 76-3 '황제'다.

부제가 붙은 두 곡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곡으로 나머지 두 곡은 음악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곡을 고심해 정했다.

하이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의 음악 세계를 맛보기 할 수 있도록, 하이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깊이 그의 음악 세계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아벨 콰르텟은 첫 음반으로 하이든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완벽하다", "현악사중주의 기본"이라고 답했다.

조준형은 "현악사중주라는 장르는 하이든 이전에도 있었지만, 하이든부터 기초가 확립됐고 이후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등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악사중주의 '수학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하이든의 음악은 완벽하고 깔끔하다.

테크닉적으로는 단순해서 오히려 연주가 어렵고, 그래서 다들 쉽게 선택하지 않는 곡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음반에 수록된 곡은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0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다음 달 5일 서울 포니정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들을 수 있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음반까지 낸 아벨 콰르텟의 다음 행보는 뭘까.

이들은 즐겁게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악사중주단은 정말 네명이 결혼을 한 것 같아요.

요즘 세상에는 이혼도 많이 하지만, 우리 아벨 콰르텟은 끝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랑하며 사중주를 들려드렸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