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30년 제한적 관계 마침표?…'실질적 협력' 전환점

金 방문 계기 군사뿐 아니라 인도적지원·제재문제 논의할 수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가 협력관계의 분수령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을 치르는 러시아에 절실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외교적 보여주기'에 그쳤던 4년 전 방문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 러시아에 탄약을 지원하고 러시아로부터 위성기술 등을 지원받는 군사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를 도출한다면 오랫동안 제한된 협력, 상대적으로 소규모 무역에 머물렀던 양국관계가 훨씬 실질적 관계로 바뀌고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출신 학자 표도르 테르티츠키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 1990년 시작한 북러관계의 시대는 정말 끝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많은 대화가 있었지만 '진짜 교역'(real trade)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NYT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푸틴 대통령이 이란, 벨라루스 등 소수 국가와 손을 잡아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CBS 뉴스도 이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다룬 기사에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탄약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수십년간 냉탕과 온탕에서 복잡한 관계였던 러시아와 북한은 작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뒤 서로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전쟁을 치르는데 북한이 필요하고 북한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동으로 맞서는 중국, 러시아와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우방이지만 양국은 외교관계에서 한계를 보여왔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은 옛 소련과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군사적 협력을 바탕으로 끈끈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그러나 1990년 한국과 소련의 수교, 1991년 소련 해체 등을 겪으면서 북러관계에서 냉전 시대와 같은 밀착은 찾기 어려워졌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는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유엔 제재를 받는 협력을 확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다가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폭넓은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모든 이슈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필요하다면 우리는 북한 동무들과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에 부과된 유엔 제재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