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내년 3월까지 유지

서대문구 "상권 살리려면 없애야"
매출차이 내세워 결단 촉구에도
서울시 "시간 더 필요" 결정 미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 상인, 대학생 등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대문구는 ‘상권을 살리려면 해제가 필수’라며 서울시에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시는 ‘판단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존폐 결정 시점을 6개월 더 미뤘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2014년 1월 20일부터 버스,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차량, 자전거만 통행이 가능한 보행로다. 연세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까지를 북쪽으로 잇는 약 500m 거리다. 서울시는 당시 처음으로 이곳을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으로 지정했다. 상권이 침체해가던 연세로를 차량이 단순 통과하던 길에서 보행자가 쉬고 즐기는 문화거리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7년여간 연세로엔 차량 통행이 엄격히 제한됐다. 택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상인들을 위한 소형 트럭도 사전 허가를 받아 오전 10~11시, 오후 3~4시에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통행이 불편하니 상권 위축도 가속화하고 있다’는 상인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연세로 차량통행 재개’를 내걸어 당선됐고, 즉시 서울시에 ‘차 없는 거리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도 올 1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연세로에 모든 차량의 운행을 예전처럼 허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보행 환경 변화와 인근 상권 매출, 교통 흐름 등을 분석해 존폐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그런데 시는 최근 판단 시점을 6개월 뒤로 미뤘다. 연세로 인근 상점들의 매출은 늘었는데, 오롯이 차량통행 재개 때문인지가 판단하기 쉽지 않아서다.

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신촌역 상권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이 기간 홍대입구역은 47%, 대학로는 39%, 건대입구역은 35% 늘었다. 코로나19 국면이 종료되면서 대학들이 대면수업에 들어간 영향이다.

서울시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다시 연세로에 버스만 다니도록 한 뒤 전용지구 존폐 여부를 확정짓기로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