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모바일 메모리값 20% 인상

업황 회복…재고조정 마무리
삼성전자가 최근 대형 스마트폰 고객사에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을 10~20% 정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메모리반도체 감산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재고가 감소한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전반적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수요 우위’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최근 샤오미, 오포, 구글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직전 계약보다 약 10~20% 높은 가격에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에도 소폭 인상한 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다. 메모리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중국 대형 거래처들이 자국보다는 해외 판매가 늘 것으로 보고 주문을 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D램 시장에서는 LPDDR5X 등 스마트폰용 최신 제품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인되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가격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오더컷’(주문 축소)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바일 반도체는 재고조정 끝나…4분기 메모리 업황 살아난다"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감산 효과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빅3’는 지난해 4분기부터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 같은 구형 D램 생산량을 조절했다. 최근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감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시설투자(CAPEX)와 웨이퍼 투입량을 연초 계획보다 더 줄이고 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올해 공급 측면의 비트그로스(비트로 환산한 공급량)가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모바일용 메모리 업황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D램 용량이 매년 5% 이상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은 맞지만 신제품이 계속 나오면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도 해소됐다”며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재고 조정(재고 해소 작업)이 멈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서버나 PC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에서 스마트폰,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안팎으로 비슷하고 PC가 15~20%, 나머지가 그래픽 D램 등이다. PC 시장에선 ‘현재 소비가 살아날 조짐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PC 업체 HP의 엔리케 로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열린 실적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업계 전반으로는 아직도 상당히 많은 유통 재고 PC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업계에선 ‘PC가 안 팔리고 재고가 쌓여 있기 때문에 PC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은 이르면 올 4분기께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 11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3’ 강연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3분기에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며 “4분기부터는 메모리 공급사 입장에서 수요가 많이 생기고 내년은 기본적으로 ‘수요 우위’ 시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