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이 후원한 유물까지…조선의 '웨딩드레스'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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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옷 만개(滿開)-조선 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다홍색 비단을 중심으로 소매에 옥색과 황색 옷감을 덧댔다. 앞면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원앙이 금박으로 새겨졌다. 어깨 부분과 밑단, 뒷면에는 백자장생(百子長生)을 뜻하는 복숭아와 석류 장식이 빼곡히 들어섰다.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가 1830년 김병주와 결혼할 때 입은 예복이다.
국립고궁박물관서 9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조선 왕실 '웨딩드레스'부터 혼례 관련 유물 한자리에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장식이 무색하게 공주는 결혼 2년 만에 요절했다. 그의 나이 만 13세였다. 왕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였다. <조선왕조실록>엔 순조가 "슬프고 서러워 마음을 걷잡을 수 없다"고 말한 기록이 나온다. 공주의 사연을 듣고 나면, 그가 혼례 때 입은 '활옷'의 장식들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복온공주 활옷'을 비롯한 조선 왕실 여성들의 혼례복과 관련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9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활옷 만개(滿開)-조선 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3일 발표했다.
활옷은 과거 공주와 옹주, 왕자의 부인 등 왕실 여성들이 입었던 '웨딩드레스'다. 치마와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하는 긴 겉옷이다. 조선 초기 왕실에선 홍장삼(紅長衫·길이가 긴 홍색 옷)'으로 불렀는데, 훗날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신부가 입는 예복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사치를 엄금했던 조선시대치고는 이례적으로 화려한 자수와 '가장 진한 붉은 빛'인 대홍(大紅)의 염색, 금박 기법 등을 활용해 제작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엔 국내외 박물관들이 소장한 활옷 9점과 관련 유물 등 모두 110여점이 전시된다. 현존하는 50여점의 활옷 중 유일하게 착용자가 알려진 '복온공주 활옷' 등 국내에 전하는 활옷 3점을 공개한다. 해외에서 들여온 활옷은 6점으로 미국 필드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소장품을 모았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활옷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의 후원을 받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보존 처리를 완료한 유물이다. 앞서 RM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복원을 위해 활용해달라며 2021년과 2022년 재단에 각각 1억원을 기부했다. 모란과 연꽃, 봉황과 백로 등 여러 무늬를 수놓은 이 활옷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활옷뿐 아니라 혼례의 전반적인 절차에도 주목했다. 왕실 혼례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국혼정례>, 순조의 셋째 딸 덕온공주(1822~1844)의 혼수품에 관한 기록 등이 공개된다. 활옷의 도안을 수놓은 '덕온공주 홍장삼 자수본'을 통해 장인들이 예복을 준비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전통 복식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공간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활옷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활옷을 입는 방법을 영상으로 정리했다. 활옷 자수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 실과 직물 등 기본 재료로 연출한 작업 공간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조선 왕실 여성들의 혼례문화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