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노인을 위한 집은 없다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늙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택 대책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에만 집중돼 있습니다. 급증하고 있는 고령층에 대한 주택 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영국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Savills)가 발표한 보고서 'The future of global real estate : IMPACTS' 에 따르면 전 세계 고령층이 급증하고 있고, 고령화 주택에 대한 부동산 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33년까지 10년간 50세 이상 인구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리나라는 19%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세계 두 번째 수준입니다.국내에서도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기는 합니다. 실버타운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실버타운'이라는 용어는 시장에서만 통용됩니다. 법적으로 보면 노인복지법 31조에 따라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양로시설과 노인 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최근 임대 분양한 강서구 마곡동 '마곡 VL르웨스트'가 실제 사례입니다. 60세 이상이면서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입소가 가능합니다. '더클래식500'은 유료 양로시설이고, VL르웨스트, 삼성노블카운티 등은 노인복지주택입니다. 주거 공간을 빌려주고 식사와 다양한 노인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면서 보증금과 생활비를 받아 운영하는 시설들입니다.

사업자가 임대만 가능하니까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운영을 잘해야 겨우 시설을 유지하기 때문에 고급형 실버타운은 보증금이나 생활비가 아주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내 집만 가지고 있는 분들이 향후 이런 고급형 실버타운에 입주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고령화 대책으로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서는 VL르웨스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70세 이상 고령층이 실버타운을 찾는 이유는 일일이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할 필요가 없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이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도를 실버타운, 즉 노인복지주택에 적용해 주택연금 종신형과 연계한 실버타운 분양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분양은 못 하게 돼 있지만 노인복지주택을 분양할 경우 전원 주택연금 종신형에 가입해 매달 나오는 주택연금을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운영사가 받는 방식은 어떨까요. 삼시세끼를 해결해 주고 생활비도 제공하면서 동시에 남는 금액은 연금으로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많은 사업자가 이 제도를 활용해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을 건설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동시에 주택금융공사에서는 주택연금 가입자를 늘릴 수 있고 입주자들은 주택금융공사에서 나오는 생활비로 삼시세끼 해결하고 생활비용 및 간호 비용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특수한 경우에만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합니다.이렇게 해야 진정한 노인 복지 및 주거 안정, 생활 지원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가 조만간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를 신설하면 조금 더 많은 주택공급자가 관심을 갖고 적극 실버타운 사업을 할 것입니다. 노인 주거 문제와 생활문제를 한 번에 잡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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