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셰프, 망한 식당 맡더니..‘단짠단짠 인생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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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2 리뷰20대에 세계 최고의 셰프가 된 남자, 카르멘(‘카미’) 베르자토. 미슐랭 별 3개짜리 고급 레스토랑을 떠나 고향 시카고로 돌아온다. 죽은 형이 남긴 샌드위치 가게를 떠맡으면서다.
와보니 식당은 엉망진창이다. 당일 식재료를 살 돈이 없어서 아끼던 옷을 판다. 후줄근한 직원들은 나이어린 사장이 지시할 때마다 ‘라떼는 말이야’로 받아친다. 장부는 널부러져 있고 세금은 밀렸으며 변기마저 터진다. 카미의 영혼은? 지옥불에 지글지글 타고 있다.<더 베어>의 매 에피소드 30분은 긴박하고 촘촘하다. 핸드 헬드 카메라가 담아내는 실시간 주방은 리얼해서 아찔할 정도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더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은 삶 자체다. 예고 없이 폭발하는 변기처럼,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 말이다.
첫번째 시즌(2022)에서 카미는 형의 식당 ‘오리지널 비프 오브 시카고랜드’를 회생시키려 발버둥친다. 그 끝에 멋진 비밀 하나가 풀리고, 카미는 답을 찾는다. 자신의 레스토랑 ‘더 베어’로 새로 시작하는 것. 최근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두번째 시즌은 그 개업 과정을 따라간다.
- 내 삶도 특별해질 수 있다면“미슐랭 하나쯤은 받아야겠지. 안 그래?”
산전수전 겪은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계획이다. 샌드위치 숍을 고급 레스토랑으로 바꾸려면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홀과 주방, 메뉴와 가격. 무엇보다 사람들을.
카미의 형과 식당을 지켜온 사촌 리치는 이 변화가 달갑지 않다. 허름하긴 해도 동네 친구들로 북적대던 정든 곳에 ‘자본의 침투’가 벌어졌으니. 할 줄 아는 것은 카운터 보는 것 뿐인 중년의 이혼남. 레스토랑에서 뭐 하나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그의 삶도 업그레이드 가능할까.실력파 수셰프인 시드니는 그나마 이곳의 구원투수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레몬 짜는 기계가 되길 거부하고 이곳으로 왔지만, 실패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유일한 파티셰인 마커스는 ‘꿈의 디저트’에 도전하지만 주변의 비웃음과 싸워야 한다.
내 앞의 앞접시처럼, 모두에게 장애물이 있다. <더 베어>는 섣부른 탈출구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평범한 이들의 하루하루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그래서 사소한 희망과 변화 하나하나가 소중함을 느끼게 할 뿐이다. 인물들이 멈칫할 때 카메라는 이들의 얼굴을 바짝 클로즈업한다. 그저 가까이 지켜보다 보면, 마음 깊이 이들 미생들을 응원하게 된다.
- 아이러니 끝에 도달하는 웃음사실 가장 문제가 큰 사람은 주인공 카미다. 그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면의 결핍 때문이다. 카미의 가족들이 총집합하는 여섯번째 에피소드에서 그나마 문제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 (시즌 2의 백미인 이 에피소드에선 빛나는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특히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의 팬이라면 낯익은 쉰 목소리에 귀를 쫑긋하게 될 것이다.)
결국 카미는 시즌 2의 끝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다. 다른 조연들이 저마다의 성장에 도달한 가운데, 오히려 주인공 혼자 웃픈 종착지에 가 있다. 최악의 상황과 최고의 각성이 교차한다.
여기에 식상하기 그지없는 코멘트가 허용된다면 이렇게 외치고 싶다. ‘이것이 인생이지!’ (보면서 실제로 외치고 흠칫했는데, 이렇게 뻔한 말이라도 내뱉을 수 있는 드라마가 사실 많지 않다.) 이런 아이러니는 코미디로서 <더 베어>의 진가를 한껏 끌어올린다. 자주 웃기지 않지만, 한번 웃길 때는 제대로 웃긴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무빙>을 즐겼다면 <더 베어>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아봄직하다.마지막 에피소드의 ‘불꽃’에 또 다른 순간을 기억해내는 시청자라면, 그 깊은 아이러니에 공감한다면 세번째 시즌도 기대하게 될 것이다. 그때도 변기는 예고없이 터지겠지만, 누군가 열심히 또 닦아내겠지.김유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