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배운 지 2주 만에 대회 우승"…12세 자폐 소년 '깜짝'

그린을 읽고 있는 베일리 테에파-타라우. /사진=연합뉴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뉴질랜드의 12세 소년이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다. 이 소년은 골프채를 잡은 지 2주 만에 출전한 생애 첫 골프대회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뉴질랜드 북섬 베이오브플렌티 지역의 한 마을에 사는 베일리 테에파-타라우(12)라는 자폐증 소년이 타우랑가에서 열린 연례 전국 중학생경기대회인 제스프리 에임스 대회 9홀 골프 종목에서 우승했다고 보도했다.

베일리가 우승하면서 치른 경기는 딱 세 경기였고, 이날 경기에서 승리할 때까지 좀처럼 말을 하지 않던 베일리가 승리 후 기자들에게도 자신 있게 말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스터프는 전했다.

경기 후 베일리는 기자들에게 "나는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1등을 했다.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일리가 골프채를 손에 잡은 건 대회가 열리기 2주 전이었다.

학교에서 그를 도와주는 보조교사이자 골프 코치인 훼투 위레무는 "베일리가 학교에서 늘 막대기 같은 걸 휘두르며 노는 것을 보고 골프를 시켜보기로 했다"면서 "친구에게 전화해 빌린 골프채로 대회 2주 전에 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일리 테에파-타라우와 보조교사 골프 코치 훼투 위레무. /사진=연합뉴스

대회 관계자인 제이미 트라우튼은 "티박스에서부터 그린까지 걸어가는 자세에 자신감이 넘쳤고 집중력과 여유를 보여줬다"면서 "흔들림 없는 드라이버 실력에 힘입어 3라운드를 마치고 87점이라는 놀라운 스테이블포드 점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대회 내내 카트를 타고 베일리를 쫓아다닌 아버지는 "아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자폐증이 있는 그가 그렇게 잘하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이제 옳은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자신감도 보여주고 있다"고 감격했다.

골프 코치 훼투 위레무는 "메달을 딴 것은 보너스일 뿐"이라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큰 승리"라고 말했다.

한편, 베일리의 다음 꿈은 스페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의 한 건설회사는 베일리에게 골프채를 사주겠다고 제안했고, 뉴질랜드 골프협회도 그가 다니는 학교와 접촉해 돕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