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동산 위기에 탈출한 자금, 美증시로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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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중국에서 부동산 시장 위기가 불거진 뒤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미국 증시의 대형 기술주로 흘러들어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中본토 주식 매도 7년만에 최대
신흥국서도 엑소더스 이어져
절반 이상 "美빅테크 최선호"
파이낸셜타임스(FT)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총 6780억달러(약 902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 258명을 대상으로 한 월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21%가 “중국 주식 공매도가 가장 인기 있는 투자 전략이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은 중국 본토 주식을 900억위안(약 16조4000억원)가량 매도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최대였다. 조만간 중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0%였다.
펀드매니저들이 중국 투자를 기피하게 된 이유는 부동산 위기 때문이다. 응답자 가운데 3분의 1이 중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시스템적 크레디트 이벤트(systemic credit event)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응답 비율은 직전 조사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다.크레디트 이벤트란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사건을 뜻한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최근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커졌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4일 2250만달러(약 299억원)어치의 채권 이자를 지급한 데 이어 총 108억위안(약 2조원) 규모의 채권 8종 중 6종에 대한 만기 연장에도 성공하며 헝다와 같은 처지에 이르진 않았다. 그러나 12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가 1087억위안(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중국 경제 전체의 약 4분의 1을 책임지는 주요 산업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도 중국 증시에는 악재로 꼽힌다.
중국 증시를 탈출한 투자금 대부분이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몰려갔다는 분석이다. BoA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펀드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신흥국 주식을 덜어내고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55%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투자를 시장에서 가장 중시하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BoA는 특히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롱(매수)포지션이 급감한 데 대해 “익스포저(위험 노출)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한편 BoA 조사에서 중국 정부가 국채 발행 등을 동반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절반가량만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추가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고 봤고, 15%는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정책이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바주카포’(강력한 정책)와 같은 ‘한 방’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