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미디어 경쟁의 핵심원천은 AI와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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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무빙’.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킹덤’ 등 초기 해외 진출 작품이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고 팬데믹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젠 K콘텐츠가 세계적인 관심과 흥행을 끌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2027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K콘텐츠와 달리 국내 OTT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글로벌 OTT와 K콘텐츠의 결합은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렸다.
국내 미디어가 전성기를 맞이한 K콘텐츠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기업의 규모와 자금력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산업 효율화와 기술 혁신일 것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2억 명이 넘는 이용자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8만여 개 장르로 세분화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는 2023년 신작인 ‘시크릿 인베이젼’의 오프닝 영상을 생성형 AI로 제작했다. 이렇듯 AI와 디지털 기술이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경쟁의 핵심 원천이 됐지만, 국내 산업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미국 대비 AI 연계 기술 수준은 89.1%, 디지털 콘텐츠 수준은 87.7%에 머물러 있고, 기술 인재도 국내 기업은 수십 명을 확보한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3500여 명을 고용한 것과 대비된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지난 12일 ‘AI와 디지털 기반의 미래 미디어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기획-제작-마케팅·유통에 이르는 콘텐츠 제작 전 과정에 AI를 접목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과제들을 담았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시도가 산업 전반에 전문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창작 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비스 모델을 확산할 방침이다. 디즈니+가 AI 리에이징( re-aging) 기술로 배우의 연령별 얼굴을 구현하고,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으로 ‘스타워즈’(2022)를 제작한 것처럼 초실감 가상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콘텐츠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도록 디지털 휴먼 기술을 고도화하고 버추얼 제작 인프라도 확산할 것이다. 마케팅·유통에서는 적은 이용자 정보로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 자가 증식 기술 등을 개발한다. 더불어 산업 전반의 기술 인력난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 대상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재직자 전문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AI와 디지털 전환 기술을 적용한 대형·글로벌 지향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경험을 축적하도록 선도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국내 OTT와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AI·디지털 전환으로 기술 경쟁력을 갖춘다면, K콘텐츠와 국내 OTT가 글로벌 시장에서 동반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도 그리 요원한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