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혁신평가모델 적용…‘ESG 모범생’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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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ESG경영 혁신대상’은 한국형 ESG 평가모델을 기반으로 경영 혁신 사례를 발굴한다. 해외 ESG 평가 기준이 반영하지 못 한 한국의 법과 제도, 문화 등을 지표에 담아낸다. ESG 경영을 통해 개선된 구체적 실적을 포착하는 데 특화된 만큼 우수 ESG 경영 사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한경ESG] ESG Now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평가를 받는 기업의 공통된 고민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등 해외 평가 기관은 한국의 법과 제도 등을 반영하지 않고, 국내 대부분 평가 기관은 산업별 상황에 따라 가중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각 기업의 ESG 실적과 평가 성적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한국경제신문사가 10월 13일까지 모집하는 ‘대한민국 ESG 경영 혁신대상’은 이 같은 갈증을 해소해줄 평가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연세대 동반경영연구센터, IBS컨설팅컴퍼니와 함께 개발한 ‘한국형 ESG 혁신평가모델’을 적용해 평가한다.
이 상을 주최하는 대한민국ESG경영포럼위원회는 “기업이 단순히 의무로 ESG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여기에 ESG를 적용하는 자발적 혁신도 평가 대상”이라며 “ESG 경영 혁신 사례를 창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꼽는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ESG 평가모델 등장이 모델은 △환경(E) 부문 45개 △사회(S) 부문 46개 △지배구조(G) 부문 33개 항목으로 평가한다. 이들 지표는 글로벌 ESG를 평가하는 MSCI,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글로벌 리포팅이니셔티브(GRI), 미국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레피니티브 등 6대 기관의 지표 중 ‘본질적(substantive) 요소’만 골라 반영했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저감량, 특수 관계자 거래 등이 해당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K-ESG 가이드라인도 가미해 ‘한국형 ESG’의 기틀을 갖췄다.
각 부문에 ‘사회적 논란(controversies)’에 해당하는 지표가 포함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를 부문별 평가에 반영한다. 예컨대 사회(S) 부문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비율, 하도급 구조 등과 관련한 데이터가 평가에 활용된다. 글로벌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한국의 법과 제도, 문화 등이 동시에 반영된 지표라는 의미다. 위원회 관계자는 “해외 ESG 평가 기준만으로는 반영할 수 없는 한국만의 특징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혁신 경영이 ‘키포인트’단순히 탄소배출량 등 숫자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게 위원회 측 설명이다. ESG 경영 혁신을 통해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였는지가 더 중요하게 반영된다. ESG경영대상위원회 관계자는 “실적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해서 점수 결과가 높게 나오지는 않는다”며 “ESG 경영으로 개선된 실적이 좋아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평가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성 평가는 별도 전문가를 위촉해 외부 평가단을 운영한다.
평가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다. 기업별 특징을 감안해 산업별·유형별로 지표와 가중치도 다르게 적용한다. 환경 이슈가 중요한 제조업 등은 E 관련 지표를 모두 활용하고,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업 등에선 일부 지표를 빼고 다른 문항에 가중치를 늘려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각 사의 ESG 활동이 기관별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불만을 가진 기업이 많다”고 했다. 한 금융기업의 ESG 담당자는 “금융사는 제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지나치게 일률적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다”며 “여러 기업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공공 부문의 경우 124개 지표 중 공공기관과 관련성이 높은 104개 지표만 활용한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큰 의미가 없는 기준 일부를 빼 참가 기관의 부담을 줄였다. 공공기관이 환경 분야에서 대상을 받으면 환경부장관상도 받는다. “ESG 공시, 모호하다”
한편, 각 기업 ESG 담당자들의 공통된 고민은 ESG 평가와 관련해 공시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K-ESG 가이드라인 역시 산업별 가중치에 변별력이 없어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ESG 공시는 더 답답하다. 2025년 국내 기업은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제도를 운용할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시만 의무화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3년 이상 늦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총은 최근 지난 정부가 2025년으로 예정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제출했다. 경총은 “최소 3~4년 정도 늦추고 이 기간 정부와 기업이 세부 공시기준 등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으로 △일반 요구사항에 대한 공시기준(S1) △기후 관련 공시기준(S2)을 확정·발표했다. 금융위는 이 기준의 적용과 공시 의무화 일정을 담은 ‘국내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기후 관련 IFRS 공시기준은 종속 자회사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배력이 없는 지분법 대상 기업의 탄소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인도,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ESG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현지에서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집계하기 어렵다는 게 경총의 지적이다. 각 기업이 IFRS 공시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전 세계 사업장에서 주기적으로 집계·검증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소 3~4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자율 공시와 달리 의무 공시는 제3자 검증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탄소배출량 검증업체는 13곳, 검증 자격증 보유자는 약 200명에 불과하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국가는 금융업 중심의 싱가포르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형규 한국경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