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 전기차 업체 조사 착수…관세 전쟁 촉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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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 업체를 대상으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맞춰 전기차 회사에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유럽 사이에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폰 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강조하며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이 유럽 태양광업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잊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소 9개월 이상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조정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율로 조정한다는 관측이다. 유럽은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한다. 이는 미국(27.5%)보다 낮다.이번 조치는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낮은 관세로 인해 중국 전기차 업체는 빠르게 유럽 시장에서 성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중국 전기차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025년까지 8%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유럽 9개국에 전기차 약 35만 대를 수출했다. 2022년 전체 수출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 5년 동안 EU의 중국 자동차 수입은 4배나 증가했다. '유럽 전기차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회사는 BYD이다. 올 상반기 유럽에 등록된 중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130% 급증했지만 유럽 브랜드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36% 늘어나는데 그쳤다.
영국의 컨설팅업체 플린트 글로벌의 샘 로우 파트너는 이번 조사를 두고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라며 "중국의 보복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다시 뺏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시점을 놓친 탓에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미국과 중국에 빼앗겼다는 지적이다. 온갖 규제 탓에 혁신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도 나온다.중국이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잃게 되면 미국이 빈틈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연합은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미국은 유럽의 최대 파트너로 부상하게 된다. EU가 독립적으로 무역정책을 펴지 못하고 미국에 발맞춰 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마커스 버렛 이사는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중국 완성차업체에 대한 장애물을 더 크게 만들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며 "이런 압박이 EU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U, 中 전기차 업체 조사 착수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한 연례 정책연설에서 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는 친환경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에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폰 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강조하며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이 유럽 태양광업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잊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소 9개월 이상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조정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율로 조정한다는 관측이다. 유럽은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한다. 이는 미국(27.5%)보다 낮다.이번 조치는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낮은 관세로 인해 중국 전기차 업체는 빠르게 유럽 시장에서 성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중국 전기차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025년까지 8%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유럽 9개국에 전기차 약 35만 대를 수출했다. 2022년 전체 수출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 5년 동안 EU의 중국 자동차 수입은 4배나 증가했다. '유럽 전기차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회사는 BYD이다. 올 상반기 유럽에 등록된 중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130% 급증했지만 유럽 브랜드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36% 늘어나는데 그쳤다.
中·EU 간 무역전쟁 벌어지나
시장에선 EU의 관세 조정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U를 시작으로 자국 전기차 산업을 우선시하는 보호주의가 확산할 것이란 설명이다. 연쇄적으로 각국이 보조금을 뿌리고,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EU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원자재와 1차 부품을 EU 제조업체에 제공한다. 독일 완성차업체들의 주요 소비시장이기도 하다.영국의 컨설팅업체 플린트 글로벌의 샘 로우 파트너는 이번 조사를 두고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라며 "중국의 보복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다시 뺏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시점을 놓친 탓에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미국과 중국에 빼앗겼다는 지적이다. 온갖 규제 탓에 혁신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도 나온다.중국이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잃게 되면 미국이 빈틈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연합은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미국은 유럽의 최대 파트너로 부상하게 된다. EU가 독립적으로 무역정책을 펴지 못하고 미국에 발맞춰 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마커스 버렛 이사는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중국 완성차업체에 대한 장애물을 더 크게 만들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며 "이런 압박이 EU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