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 보름남짓 남았는데 美 내년 예산안 처리 '난망'

하원의장, '친정' 공화당 강경파 반란에 예산안 돌파구 못찾아
'바이든 탄핵조사'에도 강경파 달래지 못해 국방예산안 상정도 연기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데드라인을 13일(현지시간)로 보름 남짓 남겨 놓은 가운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같은 공화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이전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연방 정부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현재 미국 하원은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의석이 약간 많아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예산안을 뜻대로 협상하려면 사실상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에 매카시 의장은 고심 끝에 전날 당내 강경파를 달랠 카드로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까지 꺼내 들었지만, 강경파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어 예산안 처리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여야 이견으로 시한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 경우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전년도 수준의 임시예산안(CR: continuing resolution)을 처리하거나 여러 세출법안을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Omnibus) 예산안을 처리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 대폭 감축을 주장해온 공화당 강경파는 자신들의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셧다운도 불사하겠다며 매카시 의장과 백악관에서 제안한 임시예산안 처리 등에 반대하고 있어 매카시 의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오후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안이지만 의회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11개 세출법안 중 공화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8천860억달러 규모의 국방 예산안을 하원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했지만, 강경파 반대로 연기했다고 폴리티코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 등은 매카시 의장이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천700억달러로 줄이지 않는 한 어떤 예산안 처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방 예산안에는 공화당이 내세우는 '보수 의제'가 다수 반영돼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강경파는 내용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예산안 처리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하원은 공석 1석을 제외하면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공화당 자력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이탈표가 4명보다 더 나오면 안 돼 강경파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매카시 의장은 올해 1월 의장 선출 투표에서 강경파가 계속 발목을 잡자 그들의 표를 얻는 대가로 단 한명의 의원만 요구해도 의장 소환 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강경파는 이를 빌미로 의장직을 박탈하겠다고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의 맷 게이츠 의원은 전날 하원 연설에서 매카시 의장을 향해 "하원이 나아갈 길은 당신이 우리와의 합의를 즉시 완전히 따르거나 당신을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이 강경파의 요구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예산안이 하원 문턱을 넘더라도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올해 5월 바이든 대통령과 합의한 예산 규모보다 1천200억달러를 더 줄이기를 원하며 국경 통제 강화와 사회복지 축소 등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매카시 의장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며 그가 예산안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매카시 의장이 강경파가 원했던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를 개시한 지 단 하루 만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9월 30일 이후에도 정부를 계속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분명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물론,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내 온건파 의원들과 민주당과 협력해 임시예산안을 처리해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고 시간을 번 뒤 협상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내분을 즐기는 민주당이 얼마나 매카시 의장에게 협조적으로 나올 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