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기용 대사 "모로코 답변 기다려…韓지원 진정성 받아들여지길"

"'외국 SOS에 소극적' 모로코, 2004년 지진 때 무분별 지원수용 부작용 반면교사"
"의료지원 수용 않으면 모로코와 협의해 물품 또는 현금지원 선택할 수도"
정기용 주모로코 대사는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강진 피해를 본 모로코의 위기 극복 과정을 도울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인도적 지원이 현실화했을 때의 준비 태세 등을 점검하기 위해 마라케시 등 재난 지역을 방문한 정 대사는 13일(현지시간) 현지 한국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등을 면담한 뒤 마라케시 시내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바람을 내비쳤다.

모로코가 세계 곳곳에서 답지한 지원 제안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의 도움만 받기로 한 것과 관련 "주권국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모로코 강진 피해 대응 지원을 위해 의료진 중심의 해외 긴급구호대 파견과 구호품 지원 방안 등 200만 달러(약 27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이런 뜻을 모로코 정부에 전했다. 한국대사관이 파악하고 있는 모로코 내 한인은 대략 360명 가량으로, 마라케시에는 10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모두 안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정 대사와 일문일답.

--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제안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다. ▲ 우리의 지원 의사를 전달하고 모로코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로코 정부는 자신들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선별해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 지진피해 때 모든 제안을 선별 없이 수용하면서 부담을 떠안았던 상황에 대한 반성을 통해 나온 입장인 것으로 안다. 모로코 보건부 장관도 최근 자국의 의료체계가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다.

모로코의 구체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의료분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에게 그들을 도울 기회가 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우리의 제안을 모로코에서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통상 긴급구조가 필요한 단계는 지진 발생 후 72시간, 이후 한 달간은 구호 및 부상자 치료, 생존자 긴급 지원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후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시작된다.

우리는 골든타임을 넘긴 지금 의료진 파견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의료진 중심의 긴급구호대 파견을 제안한 것이다.

이런 우리의 제안이 모로코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해도 양국 간 의료체계 차이 등 때문에 모로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우리 제안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 우리의 의료진 중심 긴급구호대 파견 제안을 모로코 측에서 수용하지 않는다면
▲ 만약 의료진 파견이 여러 사정으로 어려워진다면 다른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로코 정부와 조율은 필수다.

이후 취할 수 있는 옵션은 물품 또는 현금 지원이다.

이를 직접 지원할지 간접적으로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모로코가 이런 옵션 중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런 고민은 모로코에 대한 지원을 제안한 100여개 국가 모두가 하고 있다.

이재민들에게 곧 닥칠 어려움 중 하나는 주택 등 기본 인프라가 복구될 때까지 생존하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위생시설, 전력 등을 모로코 당국과 협력해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이번 마라케시 방문 목적도 이와 관련이 있나.

▲ 한국의 지원을 모로코가 수용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지원을 얼마나 잘 해낼 준비가 됐는지 점검하러 왔다.

의료진 파견이 어렵게 된다고 하면 다른 옵션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NGO 관계자 등 현장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예정이다.

-- 모로코 정부가 소극적인데 굳이 우리가 나서서 지원해야 하느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한 입장은.
▲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스스로 해야 하고 할만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있다고 생각한다.

-- 국제사회의 다양한 지원 제안에 소극적인 모로코 정부를 비난하는 시각도 있다.

▲ 2004년도 지진으로 큰 피해가 났을 때 모로코는 국경을 개방했고, 전 세계 구호팀들이 들어왔다.

당시 국제사회의 지원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게 이뤄졌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물품 지원의 경우 모로코에서 필요로하지 않는 것들도 대거 들어와 폐기하는 데 돈이 더 들었다는 말도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재난이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 정부도 무턱대고 모든 지원 제안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의 기준에 맞게 평가해서 수용하게 될 거라는 뜻이다.

모로코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현재의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안다.

주권 국가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의 지원 제안이 어떻게 처리되기를 바라나.

▲ 사실 우리의 의료지원 제안은 일반적 기준에서 모로코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결정된 것이다.

현재 희망하는 최종 결과물은 가능한 한 빨리 피해자들을 직접 돕는 것이다.

모로코 국민이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도울 여지가 있다면 도왔으면 한다. 한국의 의료지원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