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셰익스피어의 날들]연극 전성시대를 이끈 극장의 탄생, 그리고 셰익스피어

2023 리어왕_공연사진_작가 양해성_더웨이브 제공
16세기 영국 런던은 ‘연극 전성시대’를 맞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셰익스피어와 극장은 계급을 막론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템스강 남쪽은 우리의 대학로처럼 극장으로 일대를 이뤘다. 셰익스피어 역시 바로 이 곳에 자신이 직접 주주로 참여하면서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등 4대 비극의 초연 무대를 올린 ‘셰익스피어 더 글로브 극장’을 1599년 개관했다. 이 극장은 몇 번의 화재를 겪으며 소실됐다가 재개관하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을 비롯한 관객이 찾는 지금의 ‘글로브 극장’은 1997년 원래 극장 위치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복원된 것이다. 연극은 주로 오후 2시에 시작했다. 공연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 공연장에 깃발이 꽂히고 트럼펫의 팡파르가 도시 곳곳에 울려 퍼졌다. 호객꾼들은 광고지를 거리에서 뿌려대며 손님들을 유혹했다. 별 다른 무대장치도 없이 단지 관객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연극은 보통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이어졌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당시에도 그 시간이 길기로 악명이 높았다. 보통 다섯 시간이 기본이었다. 그래도 각 극장들은 넘쳐나는 관객들 때문에 하루 두 세 번씩 공연을 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것은 셰익스피어가 세계적인 작가이기 전에 당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떠오른 극장 운영에도 관여할 정도로 탁월한 사업가였다는 점이다. 이는 연극애호가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든든한 비호 하에 가능한 일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연극 사랑은 수많은 극단들이 저마다 경쟁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여왕의 정부가 극장 운영 허가를 내주고 필요한 물건들의 제조와 판매로 짭짤한 수익도 함께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극장문화는 더욱 꽃피울 수 있었다.

당시 런던 시민들을 사로잡았던 극장의 화려한 시절을 상상해 본다. 좁은 골목길 어디선가 입장을 재촉하는 나팔 소리와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발길을 재촉하는 시민들의 물결 속에 어느 샌가 나도 몸을 싣는다. 매음굴에 사는 거리의 여자들이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비누 공장과 염색 가게에서 피어나는 악취와 소음 때문에 극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실신할 지경이다. 피혁 공장 앞에는 동물의 배설물이 담긴 통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배설물 속에 묻혀 있는 가죽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저기, 뛰어 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어 통들이 넘어진다. 향수를 잔뜩 묻힌 부채로 얼굴을 가린 귀족 아가씨 얼굴이 달아오를 듯 붉어진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연극을 보려면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이제, 셰익스피어 공연의 막이 오른다. 최여정 문화평론가·<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