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영국화가 그림 한국춤으로 재탄생…'엘리자베스 기덕'

서울시무용단 신작 11월 공연…한국 풍속화 24점을 창작 무용으로
한국을 사랑한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남긴 그림이 현대적 감각의 한국 춤으로 재탄생한다. 세종문화회관은 11월 2∼5일 회관 M씨어터에서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엘리자베스 기덕'을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는 1919년부터 한국을 방문해 80여점의 한국 풍속화를 남긴 화가다.

한국의 크리스마스실(seal)을 세 차례 디자인했으며, 낙관(落款)을 한국식 이름인 '기덕'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그의 그림 중 '시골 결혼잔치','신부행차','원산 학자와 그 제자들' 등 총 24점을 선정해 1막 7장으로 재구성한 창작 무용이다.

100년 전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신비로운 한국 풍경과 함께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삶 속에서도 민족성을 지키며 살아갔던 한국인의 옛 모습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두루마리 형상의 무대 위에는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한국의 풍경이 영상으로 구현된다.
안무는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과 영국 아크람 칸 컴퍼니 출신의 현대무용가 김성훈이 공동으로 맡았다.

정 단장은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100년 전 흑백사진 속 조선의 모습과 확연히 다른 다채로운 색감으로 그려져 있다"며 "그림에서 묘사된 한국의 정서와 민족의 기품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림에서 묘사된 아름다움을 정적인 안무로, 그림 속 인물들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현대적인 무용으로 표현한다"며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을 새롭게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