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서구 대항해 밀월 연출한 북러, 함께 고립 심화 선택"

"우크라전으로 곤경 처한 푸틴, 김정은에 파격적으로 후한 접대"
"中, 북러 밀착에 신중…한미일, 中 대상 외교활동 강화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 협력을 고리로 4년 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밀월' 관계를 연출했지만, 함께 고립 심화의 길을 자초했다고 일본 언론이 14일 진단했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양국 정상이 '우주 개발'을 명목으로 내세워 군사 면에서 폭넓은 협력을 추진하자는 생각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무기·탄약이 부족해진 러시아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잇따라 실패한 북한이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외교 무대에서 우군이 적은 두 정상이 미국과 유럽을 염두에 두고 친밀한 모습을 노출했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또 러시아가 미국과 대립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북한도 러시아로부터 군사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미사일 개발로 고립된 양국이 서로의 이익을 채운다는 측면에서 의견이 일치한 듯한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우주기술에 관심이 있는 김 위원장을 자신의 로켓 발사대에 안내하는 등 파격적으로 후한 대우로 접대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러시아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사히도 사설에서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찬성하고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했던 러시아가 대국의 책임을 내팽개치고 북한에 바짝 다가선 것은 러시아의 괴로운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19년 4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 담판에서 실패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북한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것을 고려하면 양국 관계가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 언론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져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른바 '국제 왕따' 신세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봤다. 아사히는 사설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서로 손을 잡으면서 세계에서의 고립은 한층 깊어졌다"며 "러시아도 북한도 군사를 최우선으로 하는 강경 노선을 지속하는 것은 자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닛케이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에 따른 중국의 대응에 주목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는 12일 언급을 반복하며 다소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닛케이는 김 위원장이 전통적인 우호국인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데 대해 중국이 '사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도로 접근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자세가 엿보인다"며 "한미일은 북러 접근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외교적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아사히도 지난 7월 북한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열병식에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보냈지만, 중국은 최고 지도부를 파견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중국 내에 '북중러'라는 틀로 엮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