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크를 아시나요"… 500만 '대박' 앱 만든 MZ 창업가가 그리는 미래[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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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2017년 창업, 2021년 크래프톤에 인수된 띵스플로우는 당시 20대 창업가던 이수지 대표가 설립했습니다. 이 대표는 앞서 한 차례 엑시트를 경험한 '연쇄 창업가'인데요. 띵스플로우는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과 인터랙티브 콘텐츠 플랫폼 '스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띵스플로우가 노리는 시장은 '스토리테크'입니다. 이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3만자(6회분)의 웹소설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전문 작가가 자신의 노동력을 모두 투입해도 평균 18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제 아마추어 작가도 6시간이면 작품을 완성하는 세상이 올 거예요. 인공지능(AI) 덕분이죠. 단순 콘텐츠 플랫폼이 아닙니다. '스토리테크'입니다." 최근 한경 긱스(Geeks)와 만난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사진)는 스토리테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창작 플랫폼에 AI가 접목되면서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사라져 콘텐츠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스토리테크는 '이야기'에 기반한 창작물에 기술이 융합된 것을 말한다. '강풀' 같은 유명 웹툰 작가만 그릴 수 있던 수준 높은 그림을 일반인들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히트작 'MBTI 소개팅'... '인터랙티브 콘텐츠' 주목
2017년 문을 연 띵스플로우는 2021년 크래프톤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원래 '헬로우봇'이라는 AI 챗봇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었다. 타로 챗봇 '라마마'나 사주 챗봇 '판밍밍' 등으로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70만명,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기록했다.회사는 헬로우봇을 만들면서 '누구나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코딩이 필요 없게끔 제작 툴들을 담아놓은 '헬로우봇 스튜디오'를 통해서다. 회사는 헬로우봇을 통해 30억 건에 달하는 이용자 대화 데이터를 모았다. 크래프톤이 이 회사에 반한 것도 인터랙티브(상호작용) 콘텐츠로 모은 데이터 덕분이다. 회사는 크래프톤에 인수된 이후에도 하나의 독립된 스튜디오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커플 메신저 '비트윈'을 만든 비트윈어스가 띵스플로우에 합병됐다.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은 띵스플로우는 2021년 '스플'이라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플랫폼을 내놨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선택하는대로 이야기 전개와 결말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등장인물이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소설 속 상대방이 데이트 제안을 하면 이용자가 대답하는 방향에 따라 이후의 내용이 바뀌는 식이다. 스플 앱 다운로드는 200만 건을 넘어섰고, 히트작인 'MBTI 소개팅'은 조회수가 2000만회까지 늘어났다.띵스플로우는 이제 스플에도 본격적으로 AI를 접목할 계획이다. AI가 작가들의 웹소설·웹툰 창작을 돕는 방식이다. 아마추어 작가도 시놉시스만 갖고 하루만에 웹소설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시놉시스를 자동으로 번역해 영어 웹소설로 만들수도 있다. 또 장르, 등장인물, 분량 등을 선택하면 AI가 회차별 기획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향후 '스플 스튜디오'에 각 기능별로 모듈을 만들어 체계적인 창작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같은 대형 플랫폼과의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창작에 AI를 활용한다는 것에 일종의 '거부감'이 있는 기존 플랫폼 작가들에 비해 스플은 신진급 작가들로 대거 구성돼 있어서다. AI가 작가들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웹소설, 특히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야기 방향성이 독자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창작에 더 많은 노동력이 투입된다"며 "이를 도와 창작 효율성을 높여주는 2~3명의 '보조 작가' 같은 역할을 AI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M과 싸웠던 창업 도전기
1989년생인 이 대표는 MZ세대의 대표적인 '연쇄 창업가' 중 한명으로 통한다. 원래는 드라마PD를 꿈꿨다. 연세대 재학 시절엔 영상제작 동아리에 몸담았다. 독립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했고, 시트콤을 기획해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PD의 벽은 높았다. 한 해 끽해야 한 두 명 뽑던 공중파 공채의 벽을 넘을 자신이 없었다. 창업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IT 관련 수업에서 조별과제 1등을 해 삼성SDS 신사업개발팀에서 인턴십을 할 기회를 얻게 됐다. 청년 창업 열풍이 불던 2012년 즈음이었다. 삼성SDS에서도 인턴을 한 대학생 중에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무실을 빌려주겠다고 했다.인턴십을 마치고 처음 개발한 앱이 '밥먹다(밥은먹고다니냐)'였다. 신촌 대학가 지역의 맛집 정보를 모으고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앱이다. 이게 첫 창업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때 배운 건 수익모델의 중요성이었다. 이 대표는 "1500여 곳의 식당이 등록했고 '데일리 리텐션'이 80%에 달할 정도로 앱 자체는 인기를 끌었다"면서도 "식당 업주로부터 2만원가량의 돈을 받고 상위 노출시켜주는 식으로 BM을 짰는데, 세일즈 역량이 부족했던 우리 팀엔 실패한 모델"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창업 과정을 'BM과의 고군분투'라고 정의했다. 2014년엔 두 번째 아이템으로 커플을 위한 SNS 앱인 '커플리'를 만들었다. 다운로드는 10만 건까지 불어났지만 역시 의미있는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이후 회사를 웨딩북(옛 하우투메리)이라는 웨딩 업체에 매각한 뒤 예비 신부용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했다. 이 대표는 "서비스가 노리는 전체 시장이 크더라도 내가 만든 온라인 앱이 점유하는 비중은 작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확장 목표"
띵스플로우를 시작하면서는 무조건 '1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앱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온라인에서 운세나 심리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들을 모조리 찾아봤다.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지, 우리가 접근할 수 있을지, 실행 가능한 BM일지를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그렇게 탄생한 게 헬로우봇이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 바이럴이 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챗봇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리텐션이 높았던 건 '스토리'를 전달해주는 '쿠쿠키키' 봇이었다. 이걸 보고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확장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MBTI 소개팅'으로 히트를 친 스플이 탄생한 배경이다.회사는 이제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우선 AI를 활용해 영어와 일본어의 자동번역 시스템을 구현할 예정이다. 나중에는 30여개국 언어로 지원 범위를 넓힌다. 또 내년부터 해외에서 공모전을 열어 양질의 콘텐츠와 글로벌 신진 작가도 발굴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 대표는 "AI 창작 도구를 통해 신진 작가의 창작 동기부여를 돕고 쌓인 데이터로 지식재산권(IP) 사업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