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4조인데 대체 왜"…뚝 끊긴 리포트에 속타는 개미들 [돈앤톡]

코스닥 상위권 회사 분석 리포트 드물어
2위 에코프로, 3개월간 리포트 단 한 개

"내야 돼, 말아야 돼" 애널들도 한숨 푹푹
"무언으로 대응하는 것, 행간 읽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종목 투자자들에게 '증권사 리포트'는 필수입니다. 투자 중인 종목에 대한 숨은 위험요인을 알려준다든가 좋은 기업을 새로 발굴하는 등 유익한 정보를 주는데도 값은 무료죠. 오히려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스몰캡 기업들은 정기적인 리포트 발간을 약속받진 않습니다. 섹터 애널리스트가 전담하지 않고 중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가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분석되는 것도 '눈에 띄어야만' 가능한 겁니다. 반면 각 섹터 대형주들은 덩치도 크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서 꼭 커버리지(분석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렇게 커버리지로 편입한 종목들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이 6개월마다 매매 추천 여부와 적정가 등을 새로 적은 리포트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섹터 대장주인데도 오랜 시간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이례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손을 놓아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16일 증권사 리포트 통합 제공 사이트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4조원으로 2위인 에코프로를 분석한 리포트는 단 한 개입니다. 같은 기간 1위 에코프로비엠의 분석 리포트가 23개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온도차입니다.

에코프로는 작년 말 대비 주가 상승률이 최대 1394%를 웃돌 만큼 올해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보였는데요. 이를 두고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만이 지난 초 'Still bad'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놨죠. 지금은 황제주(주당 가격 100만원 이상)를 반납했지만 올 들어 한때 시총 1위 자리에도 올랐던 종목인데 리포트가 감감무소식이라니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현상이기는 합니다.리포트가 안 나오는 종목은 이뿐만 아닙니다. 코스닥 4위(시총 약 8조4500억원)인 포스코DX도 KB증권을 제외하고선 3개월간 어느 곳도 보고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 증권사의 보고서마저 두 달 전 나온 게 마지막입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리포트는 무려 올 2월에 멈춰있고요. 포스코DX는 최근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코스피 이전상장 추진 소식을 밝힌 뒤로 최대 88%대 급등한 바 있습니다. 코스닥 8위(시총 약 3조5000억원)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 협력 기대감과 로봇주 투자심리 강화 등을 재료 삼아 연일 오르다 지난 11일 24만2000원을 찍고 52주 신고가를 썼습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연초 이후 상승폭이 600%를 넘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총 수십조원짜리 대형 기업을 상대로 침묵을 이어가는 증권가를 두고 어떤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냅니다. 펀더멘털 분석을 넘어설 정도로 지나친 급등락이 있는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주주들의 숫자가 압도적인 만큼 증시 길잡이로서 역할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하다못해 '(목표주가 책정이 불가할 정도로 변동성이 심해) 투자의견 제시를 유보한다'든가 '당분간 커버리지에서 제외한다' 등 선언이라도 해 달란 이야기인데요.

애널리스트들로서도 할 말은 많습니다. 실적 등 숫자로써 주가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업황이나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위주로 폭등해 버린 주식은 달리 대응할 길이 없다는 항변입니다. 어찌저찌 근거를 찾아 목표가를 따라 올려도 '뒷북 상향'이란 비판이 따르고요. 최근 폭등한 한 주식을 전담해온 한 증권사 기계 부문 애널리스트는 "곧 리포트를 낼 시기가 다가왔는데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무척 고심 중인 상황"이라며 "현 주가가 비싸다는 뉘앙스만 풍겨도 강도 높은 항의에 맞닥뜨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도 "변동성이 심한 데다 투자자들 팬심까지 강한 경우는 난감하다"며 "해당 종목에 의견을 내는 것은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 됐다"이라고 전했습니다.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여의도의 침묵에서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귀띔합니다. 수개월 동안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에둘러 '매도 의견'을 표현한 것임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보유 주식을 팔 것을 권고하는 메시지일 수 있는 것이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가는 매매 활성화 특성상 개별 주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을 선호하는데도, 이들이 단체로 투자의견을 유보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좋은 기업임에는 공감할지 몰라도 지금의 주식 가격은 비정상적이란 점을 알리고자 '리포트를 안 내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