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이후 금기시 된 자원개발…"중장기적 안목으로 다시 시작해야"[글로벌 新자원전쟁①]

의욕만 앞선 자원개발로 공기업 자본잠식
"민간이 앞서고 공기업·정부가 밀어줘야"
[지금 세계는 新자원 전쟁 중]
①글로벌 자원전쟁 판도가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자원 개발 사업은 이명박 정부 이후 적폐로 낙인찍히며 금기시 돼 왔다. 공기업들을 동원해 석유나 광물 등 자원에 수천억원씩 투자에 나섰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하다 보니 정부 빚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자원의 무기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시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원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명박 정부 시절 가장 대표적인 자원개발 실패사례는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업체 하베스트 인수다. 총 투자액(약 7조4500억원) 대비 회수율이 0.6%(약 452억원)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석유공사는 1979년 창사 후 41년만인 2020년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다른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멕시코 볼레오 광산 등의 투자가 잇따라 실패하며 2016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결국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20년에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통합됐고, 통합 이후 신규 해외 자원개발 투자는 불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접근했던 탓에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본다. 채산성을 따지기 보단 정치적 치적을 쌓기 위해 무분별한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공급망 불안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장기적 시각에서 정부가 다시 자원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2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핵심소재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자원 개발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원 개발이라는 주제를 경제와 산업 활동의 일환으로 보지 않고 정치의 도구로 봤기 때문에 실패해왔던 것”이라며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수요자인 민간이 앞서고 공기업과 국가가 컨설팅 등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자원개발에 나서면 이전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실패로 여겨졌던 자원 개발이 십수 년이 지난 뒤에야 효자로 바뀐 경우도 있다. 광해광업공단이 2006년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2.5%를 인수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은 2012년 생산 개시 후에도 자연재해와 코로나19 등으로 2020년까지 제대로 된 생산을 하지 못하며 적자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2021년이 돼서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니켈이 주목받으며 첫 흑자를 냈다. 지난 5월엔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에 니켈 300t을 납품하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