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지쳐 있는 느낌" 암울한 독일 상황…기업들 '탈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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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최단 근로국 된 독일
노동력·투자 부족에 고질적 관료주의 겹쳐
獨 경제 지탱해 오던 기업들 줄줄이 탈독일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20122.1.jpg)
독일 북부 솔타우에서 6대째 알루미늄 주조 공장을 운영해 온 거트 뢰더는 “독일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곳(독일)의 모든 것들이 약간 지쳐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뢰더는 올해 신규 투자 금액 대부분을 독일이 아닌 체코 공장에 넣었다. 독일과 달리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지 않아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뢰더는 “체코에는 또한 더 훌륭한 노동력이 있다”고 덧붙였다.독일 경제의 중추로 불리던 중견‧중소기업들이 구조적 침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독일 제조업은 노동력 부족과 무역 장벽 강화, 고질적 관료주의, 운송‧교육‧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족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암울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지난 7월 이 나라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2.2% 쪼그라들었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20138.1.jpg)
독일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현재 독일 기업 3분의 1이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사업 확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화학 회사인 바스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루트비히스하펜에 위치한 본사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중국에 100억유로를 들여 새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독일 최고 경제 연구기관 중 하나인 Ifo 연구소의 클레멘스 푸에스트 소장은 “기업들은 독일 정부가 반도체, 건설 등 일부 산업에만 수십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다른 부문은 놓아 줄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시아 제재 등으로 전력 요금이 치솟자 화학과 같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고사 위기’로 내몰렸는데, 정작 해당 산업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독일 연립정부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견해차가 너무 커 정책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각에선 현재 독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전역에서 군비 지출이 늘면서 라인메탈, 렌크 등 방산 기업들이 전례 없는 수요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발전사업자인 에너지 그룹 RWE의 마커스 크레버 최고경영자(CEO)는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는 현재의 분위기에 공감하지 않는다”며 “해결해야 할 도전 요소가 있지만, 경제 전반에 대한 비관론을 공유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다만 크레버는 “특정 부문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같은 단기적 행동주의가 아닌, 장기 성장이 담보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관료주의를 없애고,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숙련된 노동자들을 들여오고, 교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에스트 소장도 “독일이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고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