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에서 리튬·니켈로…세계 각국 그린메탈 확보 총력전 [글로벌 新자원전쟁①]
입력
수정
美, 베트남과 희토류 공급 위한 MOU체결[지금 세계는 新자원 전쟁 중]
中, 희토류 무기화 위한 회의 첫 개최
화석연료 확보 주력하던 자원전쟁 양상 달라져
①글로벌 자원전쟁 판도가 달라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희토류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면서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다. 이번 MOU로 미국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허베이성 슝안신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 수출통제 업무 회의’를 열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 맞서기 위해 갈륨 등 전략 광물의 수출 제한 카드를 임시방편으로 꺼내들었다. 앞으로는 이 회의체를 통해 무기화 할 자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노골화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들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과거 자원확보전은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리튬·니켈·구리 등 이른바 '그린메탈'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수소) 인프라, 원자력발전소 등에는 리튬·니켈·코발트·흑연·구리·우라늄 등의 광물 자원이 대량 투입된다.
국제싱크탱크 에너지전환위원회(ETC)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구리와 니켈의 경우 약 10~15%의 수급 격차가 발생하고, 나머지 광물들의 수급 차이는 30~45%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블럭화 되고 있는 것도 자원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신자원 전쟁에는 '오일킹' 사우디도 뛰어들 테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국부펀드를 활용해 아프리카 주요국 희귀광물 광산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5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경우 지난 6일 영국과 첫 ‘전략 경제무역 정책대화’를 진행해 “두 나라가 아프리카 광물을 공동 개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 8월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한 직후 나온 결실이었다. 일본은 영연방의 구(舊)아프리카 식민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영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맞췄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에너지전환과 인공지능(AI) 등에 필수적인 신종 전략 자원을 향한 절박함이 국제 사회를 냉전 시대의 ‘자원 경쟁 역학’으로 회귀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