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술력과 수입처 다변화로 희토류 탈중국화 성공 [글로벌 新자원전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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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가쿠 분쟁때 中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가 전환점[지금 세계는 新자원 전쟁 중]
日, 정부차원서 희토류 대중 의존도 낮추기 위해 노력
①글로벌 자원전쟁 판도가 달라졌다
일본은 희토류가 전혀 나지 않는 나라다. 이 때문에 2010년까지만 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희토류의 약 90%를 중국에 의존했다. 하지만 2022년 한국이 희토류의 85.7%를 중국에 의존하는 반면 일본은 60%까지 의존도를 낮췄다. 중국은 센가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가열된 2010년 희토류 가운데 하나인 네오듐의 일본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네오듐은 일본의 주력 수출 차종인 하이브리드차 모터의 필수 원료였다. 네오듐 수입이 막히자 일본내 가격이 10배 치솟았고,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 일은 일본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는 전환점이 됐다. 미국지질조사소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에서 생산된 희토류는 28만t이었다. 이 가운데 60%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2~3위인 미국과 미얀마의 비중은 15%와 9%에 불과했다. 또 희토류의 분리·정련은 거의 100% 중국에서 이뤄진다. ‘탈(脫) 중국’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다.
일본은 기술력과 수입처 다변화로 맞섰다. 2018년 도요타자동차는 네오듐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신형 자석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도요타 계열사로 일본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덴소가 철과 니켈만 사용하면서 네오듐 자석 이상의 성능을 가진 자석을 개발해 수년 내 실용화할 계획이다. 네오듐 영구자석을 최초로 개발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일본은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01~2021년 네오듐 영구자석 관련 특허의 60.5%인 855건을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특허 보유 10대 기업 중 8곳이 신에츠화학, 히타치금속 등 일본 기업이다.1990년대 삼성전기, 쌍용, LG금속 등 국내 일부 기업이 희토류 자석의 국산화에 나섰다가 특허와 비용 문제로 단념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전략도 병행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만 하더라도 일본은 44%를 칠레와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수입한다. 그 결과 일본의 리튬 중국 의존도는 2017년 42%에서 2022년 56%로 10%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한국은 2017년 21%에서 2022년 64%로 중국 의존도가 세 배 늘었다.
중국이 선점한 아프리카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나미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등 아프리카 자원 부국을 방문해 자원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각서를 체결했다. 일본은 ‘희토류가 나지 않는 나라’에서 ‘희토류를 생산하는 나라’로 변신도 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1900㎞ 떨어진 외딴 섬인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역에서 5년 내 희토류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이 섬 주변에는 1600만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지만 6000m 깊이의 심해라는 점이 개발의 장애물이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