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韓대표하는 KCGS ESG평가, 투명성·엄격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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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 방식에 투명성과 엄격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국내 3대 법무법인 중 하나인 태평양으로부터 제기됐다. 공신력 있는 해외 ESG 평가기관과 달리 KCGS는 산업 특성에 따라 ESG 평가방식을 세분화하지 않았으며, 세부 항목별 평가 가중치를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태평양은 KCGS의 평가가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보고 투명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평가체계의 고도화를 주문했다.
17일 법무법인 태평양이 보험업계의 의뢰를 받아 KCGS의 ESG 평가체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KCGS는 ESG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평가를 받는 기업 입장에선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알아야 ESG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지만, KCGS의 불투명한 평가 방식으로 인해 기업들이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게 태평양의 진단이다.KCGS는 사단법인이라 외형적으로는 독립된 기관이지만, 금융위 산하 한국거래소가 분담금의 59%(2022년 기준)를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공적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KCGS는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로 지정돼 국내 ESG 평가기관 가운데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KCGS와 달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등 해외 유수 ESG평가 기관들은 평가 항목별 비중과 가중치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다.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등 부문별 평가 비중은 물론 각 부문을 평가하기 위한 세부 항목별 가중치가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들이 평가에 대비하며 실질적인 ESG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KCGS의 비공개 원칙에 대응해 태평양이 보험사에 대한 KCGS의 ESG 평가문항 개수를 토대로 단순평균해 부문별 평가 비중을 따져본 결과, KCGS는 지배구조(G) 부문에 대한 가중치 비중(53%)이 가장 큰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MSCI가 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해 지배구조(G)의 비중을 33%로 낮게 설정한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보고서를 작성한 태평양 ESG랩은 "보험 산업에서 고객만족과 신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역사회 참여 등 보다 구체적 지표가 포함되도록 평가 항목을 조정해야 한다"며 "KCGS의 ESG 평가지표는 다른 평가사들에 비해 사회적 요인에 대한 비중이 낮아 보험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KCGS의 산업 분류 체계가 해외 평가기관에 비해 세분화돼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CGS는 보험 산업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업권으로 함께 묶어 ESG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는 게 태평양의 진단이다.반면 MSCI는 보험업을 은행업과 별도로 분류한 것은 물론이고 보험업도 생명보험, 손해보험, 재보험 등으로 세분화해 항목별 평가 가중치를 달리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의 경우엔 '환경(E)'의 평가 비중이 5%이고, 사회(S)는 62%, 지배구조(G)가 33%다. 이와 달리 손해보험사에 대한 ESG 평가 비중은 E가 20%, S는 47%, G는 33% 등이다.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보다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민감도가 높게 책정된 것이다.KCGS ESG평가 문항의 지표와 배점 등이 일관되지 않아 '엄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예를 들어 KCGS는 금융사의 ESG를 평가하는 문항으로 '자원순환 활동을 이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 아니면 '아니오'로만 답하게 했다. 태평양은 보고서를 통해 "이행 수준 및 규모와 상관 없이 0점 혹은 100점으로 산정되는 것으로 보여 평가 방법론의 '엄격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KCGS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달부터 E·S·G 부문별 평가 비중을 대략적인 범위로 공개하는 등 투명성 강화 노력을 펼치고 있고, 평가 결과에 대해 개별 기업들이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주며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17일 법무법인 태평양이 보험업계의 의뢰를 받아 KCGS의 ESG 평가체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KCGS는 ESG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평가를 받는 기업 입장에선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알아야 ESG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지만, KCGS의 불투명한 평가 방식으로 인해 기업들이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게 태평양의 진단이다.KCGS는 사단법인이라 외형적으로는 독립된 기관이지만, 금융위 산하 한국거래소가 분담금의 59%(2022년 기준)를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공적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KCGS는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로 지정돼 국내 ESG 평가기관 가운데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KCGS와 달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등 해외 유수 ESG평가 기관들은 평가 항목별 비중과 가중치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다.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등 부문별 평가 비중은 물론 각 부문을 평가하기 위한 세부 항목별 가중치가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들이 평가에 대비하며 실질적인 ESG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KCGS의 비공개 원칙에 대응해 태평양이 보험사에 대한 KCGS의 ESG 평가문항 개수를 토대로 단순평균해 부문별 평가 비중을 따져본 결과, KCGS는 지배구조(G) 부문에 대한 가중치 비중(53%)이 가장 큰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MSCI가 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해 지배구조(G)의 비중을 33%로 낮게 설정한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보고서를 작성한 태평양 ESG랩은 "보험 산업에서 고객만족과 신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역사회 참여 등 보다 구체적 지표가 포함되도록 평가 항목을 조정해야 한다"며 "KCGS의 ESG 평가지표는 다른 평가사들에 비해 사회적 요인에 대한 비중이 낮아 보험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KCGS의 산업 분류 체계가 해외 평가기관에 비해 세분화돼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CGS는 보험 산업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업권으로 함께 묶어 ESG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는 게 태평양의 진단이다.반면 MSCI는 보험업을 은행업과 별도로 분류한 것은 물론이고 보험업도 생명보험, 손해보험, 재보험 등으로 세분화해 항목별 평가 가중치를 달리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의 경우엔 '환경(E)'의 평가 비중이 5%이고, 사회(S)는 62%, 지배구조(G)가 33%다. 이와 달리 손해보험사에 대한 ESG 평가 비중은 E가 20%, S는 47%, G는 33% 등이다.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보다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민감도가 높게 책정된 것이다.KCGS ESG평가 문항의 지표와 배점 등이 일관되지 않아 '엄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예를 들어 KCGS는 금융사의 ESG를 평가하는 문항으로 '자원순환 활동을 이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 아니면 '아니오'로만 답하게 했다. 태평양은 보고서를 통해 "이행 수준 및 규모와 상관 없이 0점 혹은 100점으로 산정되는 것으로 보여 평가 방법론의 '엄격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KCGS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달부터 E·S·G 부문별 평가 비중을 대략적인 범위로 공개하는 등 투명성 강화 노력을 펼치고 있고, 평가 결과에 대해 개별 기업들이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주며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