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후계자, 꼭 자식 아니어도 OK"…명품제국 황제의 '파격'

올해 74세 아르노 회장
"LVMH 후계자, 꼭 가족 아니어도 된다"

"후계자 선정 시점 당장은 아닐 것"
회장 정년 75세->80세로 연장
다섯 자녀에게 의사 결정권 집중시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명품 제국’으로 불리는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사진 가운데)은 올해 74세다. 작년 이사회를 설득해 회장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늘려 좀더 현업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지만 향후 LVMH그룹의 승계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꼭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법도 없고, 필연도 아니다”며 “외부에서라도 가장 뛰어난 사람이 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후계자 선정 시점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가족에게 그룹을 물려주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두 번의 결혼으로 얻은 다섯 자녀들은 오랜기간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가족 다툼으로 무너진 유럽 럭셔리 하우스를 인수하며 회사를 일궈낸 만큼 안전하게 승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 구조를 손봤다. 그는 이사회를 설득해 최고 경영자(CEO) 및 회장의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상향조정했다. 회사 내 주요 직책에 다섯 자녀들을 임명한 뒤 그룹의 의사 결정권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각각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장녀인 델핀(48세)은 크리스찬 디올 회장 겸 CEO다. 둘째이자 장남인 앙투안(46세)은 벨루티, 로로피아나 회장 등 계열사들을 맡고 있다. 셋째 알렉상드르(31세)는 티파니 부사장, 넷째 프레데릭(28세)은 태그호이어 CEO, 막내 장(24세)은 루이비통 시계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너무 쉽게 회사를 상속하면 1~2대가 지난 뒤 회사가 무너진다”며 “그래서 자식들에게 파티 대신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자녀들과 LVMH 본사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 자리에선 각종 사업 현안을 논의한다. 다만 결정은 아르노 회장이 내린다. 아르노 회장은 30년 넘게 주말마다 자녀들과 함께 파리의 LVMH 매장을 방문하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그동안 아르노 회장의 베팅은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30년이 넘는 기간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티파니, 돔폐리뇽 샴페인 등 75개에 달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최대 명품제국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LVMH 주가는 지난 4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9% 하락하는 등 주춤한 상태다. 2분기 미국 매출이 감소했고, 매출 효자지역인 중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어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아르노 회장은 지난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내줬다. 이번 달에는 덴마크 제약업체인 노보 노디스크가 LVMH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올라섰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내 목표는 이익이 아니라 50년 후에도 여전히 정상에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