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이재명 단식…쓰러져야 끝날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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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명분은 文 또는 尹의 만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고 있다. 단식을 풀기 위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출구가 없다'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쓰러지는 것만이 출구 전략'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李 체력 한계인데…현실화 가능성 낮아
당내서도 "쓰러져야 끝나" 우려
15일, 단식 16일째를 맞은 이 대표는 체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여전한 단식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의료진의 모니터링 결과, 이 대표의 현 상태는 전체적인 신체기능이 심각히 저하되고 특히 공복 혈당수치가 매우 낮아 건강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의료진은 이 대표의 입원을 권고한다는 소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러나 천 의원은 "현재 이 대표는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매우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단식 11일 차를 맞은 지난 10일부터 확연하게 체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꼿꼿하게 앉아 있던 이 대표는 이날부터 농성장에 자리를 깔고 누웠고, 단식 14일 차를 맞은 지난 13일부터는 야외에 설치했던 천막 단식 농성장을 실내로 옮겼다. 이 대표는 단식 15일 차부터는 지팡이를 짚은 채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단식 강행 의지에 '출로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강력하게 거론되는 이 대표의 단식 중단 명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직접 방문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류 등 두 가지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할수록 민주당이 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우선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이 대표를 만나러 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실장이 이 대표를 찾았지만, 이것으로는 단식 중단의 명분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하이킥'에서 "수일 내로 문 전 대통령이 상경해 단식을 만류해주는 모습을 갖춰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 단식이 14일이면 보름째 접어든다. 그럼 인체상에서 괴사 등 여러 가지 반응이 온다"고 우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는 19일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다. 이를 계기로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찾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 대표의 체력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 마냥 문 전 대통령을 기다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는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23명과 지역 원외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해 윤 대통령이 "비정하고 잔인하다"고 규탄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16일째 단식 중이다. 건강이 많이 악화됐고 기력이 쇠해 앉아있을 힘조차 없다"며 "정부·여당 인사 어느 한 사람 '안타깝다', '단식을 멈춰달라'고 손을 잡고 걱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으로 비정하고 잔인하다"며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국정 운영 기조를 완전히 전환해서 쇄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실이 이 대표의 단식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고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많은 주변 사람들은 계속해서 단식을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조차도 대통령실에서는 아무런 미동도 메시지도 없는 걸 보면 정말 금도를 넘어선 집단이구나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고 했다. 이어 "다시 한번 대통령실의 비정함을 확인하는 순간들이어서 좀 씁쓸하긴 하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 대표 단식 만류'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야권 내에서조차 '이 대표가 쓰러지는 것이 유일한 출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쓰러지는 것 외에 다른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아 걱정된다"며 "이번 단식 투쟁이 어떻게 끝날지 전혀 예측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