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尹 정부서 '재정 폭망'했다는 민주당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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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영 정치부 기자더불어민주당이 15일 ‘우리 재정은 폭망했다’는 제목의 A4 10장짜리 보고서를 펴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가 세수 결손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담겼다. 현 정부가 건전재정을 훼손하는 감세정책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할 게 아니라 소득 재분배를 통한 ‘분수효과’를 노리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 들어 건전재정이 무너졌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에서 나랏빚은 400조원 넘게 폭증했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악성 채무’인 적자성 채무는 문 정부를 거치며 순식간에 약 두 배(359조9000억원→678조2000억원)가 됐다. 나랏빚의 양과 질 모두 최악으로 치달으며 한국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대외 신인도 평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재정 폭망’ 주장이 당혹스럽기까지 한 이유다.인용한 통계도 오류투성이다. 보고서는 현 정부 들어 건전재정이 무너진 근거로 연간 관리재정수지 그래프를 제시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2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14조~57조원이라는 내용의 그래프를 실었다.
현 정부 들어서인 올해 6월 83조원 적자와 비교해 양호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제 문 정부 당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최대 117조원에 이를 정도로 악화일로였다. 엉터리 숫자를 인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기자의 지적에 뒤늦게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기본적인 팩트가 틀린 주장도 있다. 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의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쓴다며 분식회계라고 비판했지만, 외평기금은 애초에 환율 변동성을 방어하기 위해 기재부가 운용하는 기금이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메우려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돈을 가져다 쓰는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국세 대비 ‘깎아주는 세금’ 비율인 국세감면율도 윤석열 정부에서 2년 연속 법정한도를 초과했다고 비판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정한도를 처음 넘긴 것이 문재인 정부 때인 2019~2020년이라는 얘기는 쏙 뺐다.
야당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건 자유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엉터리 통계로 ‘경제 폭망’을 외치는 민주당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