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본주의 세상도 문화가 지배한다"

자본주의 인문학 산책

조홍식 지음 / 한국경제신문
408쪽│1만9800원
각 나라는 자기만의 문화와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수용했다. 각 국가와 민족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자본주의 성패가 갈렸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인문학 산책>에서 음식 패션 주택 화폐 예술 등 23가지 주제를 통해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부터 살핀다. 먹거리는 현대 사회의 탄생에서 가장 첨단을 달린 산업이었다. 주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영양과 보관 가능성이다. 고기와 생선은 훈제, 절임, 발효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보관 기간을 늘렸다. 캔의 발명으로 보관 기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냉동, 항해 기술은 대륙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 육식의 산업화를 촉진했다. 현대 산업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컨베이어 시스템은 도살장의 자동 체인이 시발점이었다.산업혁명의 시작은 옷이었다. 증기기관을 통해 면화에서 실을 뽑아내 천을 짜는 작업은 공장이란 시설을 만들어냈다. 섬유산업은 산업화를 이행하는 모든 국가의 통과의례와 같은 역할을 했다. 면직산업은 영국에서 독일, 미국, 일본으로 전해졌고, 한국과 중국을 거쳐 베트남, 터키 등으로 옮겨갔다.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를 이룰수록 비물질적인 것을 추구했다. 인간은 무한한 자본을 축적하려는 허망한 노력을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다. 저자는 풍요로운 자본주의에서는 새것보다 오래된 것이 소중하고 비싼 경우가 많아진다고 전한다. 기능을 중요시하던 초기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100년 넘은 고택은 관광자원이 되고, 2000년 된 돌기둥은 사적이 된다. 자본주의는 단순히 효율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