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빗속 눈물의 교사 추모제
입력
수정
검은 옷 입은 교사와 시민들 수백 명 모여…자녀와 함께 온 학부모들도
단상에 나온 설동호 교육감 향해 "사퇴하라" 야유 이어지기도
사회자 "모두 다 잘 견디시길, 버티시길…바뀔 날이 오기를""우리가 살아남은 건 대단히 훌륭한 교사라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제가 15일 오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빗속에 열렸다.
빗물로 젖은 까만 아스팔트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교사들과 시민들이 모여 앉았다.
이들 주위로도 검은 옷을 입은 많은 시민이 서서 추모에 동참했다.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대전의 15년 차 교사는 "나는 운이 좋아 이런 일을 안 당한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교사들 모두 지금의 사태에 대해 '내가 참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버텨왔는데, 같은 지역에서 동료 교사가 이런 일을 당하니 뭐라도 행동하기 위해 나왔다"며 울먹였다.
20년 차 교사도 "아이가 가정 내 아동학대가 의심돼 학부모에게 말을 했더니 오히려 학부모가 본인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고 교육부에 민원을 넣어 엄청나게 고생한 적이 있다"며 "교권 침해는 남 일이 아니다.
제도가 변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어린 자녀들과 함께 검은 옷을 입고 추모하러 온 부모들도 많이 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추모제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선생님을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아이 학원도 빠지고 왔다"고 말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같은 마음으로 참석한 추모제는 정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인을 위한 묵념의 시간 동안 이들은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살아남은 교사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대전교사노조 관계자의 추모사에 참석한 교사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이어서 추모사를 낭독하러 단상에 나온 설동호 대전시 교육감을 향해 참석자들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진행자의 만류에도 자리 곳곳에서 "책임져라!", "가해자가 왜 나와요", "사과하라", "내려와!" 등등의 야유소리가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전교육청으로 거듭나겠습니다"고 발언하던 설 교육감을 등지고 뒤돌아 앉아 끝내 귀를 막았다.
추모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간 설 교육감에 한 시민이 다가가 항의하고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후 동료 교사들의 추모사 낭독이 이어지자 추모제는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지금 1학년인 둘째를 출산하셨을 때도 다른 나라의 아이를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 생각하며 후원해주셨던 가슴 따스한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셨습니다.
"
고인을 기억하는 동료 교사의 추모사에 고인의 어머니는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연신 눈물을 흘려댔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홀로 악성 민원을 견디시며 그 아이를 지키려고 노력하신 훌륭한 선생님이기도 하셨습니다.
"참석한 교사들의 얼굴에는 눈물과 빗물이 섞여 흘러내렸다.
"1년 내내 이들이 선생님을 힘들게 하고 여러 차례 학교에 찾아왔을 때 왜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을 보호해주려고 노력하지 않으셨습니까? 교육청과 교육부 책임자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악성 민원 학부모들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라고 외치는 동료 교사의 울분에 교사들은 호응하고 손뼉을 치기도 했다.
"이분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
고인 가족 대표로 A씨 친동생이 추모사를 낭독하자 교사들은 몸을 들썩이며 오열했다.
추모제는 '꿈꾸지 않으면' 노래 제창으로 마무리됐다.
사회자는 "추모와 애도의 마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담아 여기 계신 모든 분과 함께 부르고자 한다"고 했지만, 끝내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노래의 구절이 구슬프게 흘러나오자 교사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모두 다 잘 견디시길, 버티시길… 그러다 보면 바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이 말을 끝으로 추모제는 끝났고 침묵 속 빗소리만 연신 들려왔다./연합뉴스
단상에 나온 설동호 교육감 향해 "사퇴하라" 야유 이어지기도
사회자 "모두 다 잘 견디시길, 버티시길…바뀔 날이 오기를""우리가 살아남은 건 대단히 훌륭한 교사라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제가 15일 오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빗속에 열렸다.
빗물로 젖은 까만 아스팔트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교사들과 시민들이 모여 앉았다.
이들 주위로도 검은 옷을 입은 많은 시민이 서서 추모에 동참했다.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대전의 15년 차 교사는 "나는 운이 좋아 이런 일을 안 당한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교사들 모두 지금의 사태에 대해 '내가 참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버텨왔는데, 같은 지역에서 동료 교사가 이런 일을 당하니 뭐라도 행동하기 위해 나왔다"며 울먹였다.
20년 차 교사도 "아이가 가정 내 아동학대가 의심돼 학부모에게 말을 했더니 오히려 학부모가 본인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고 교육부에 민원을 넣어 엄청나게 고생한 적이 있다"며 "교권 침해는 남 일이 아니다.
제도가 변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어린 자녀들과 함께 검은 옷을 입고 추모하러 온 부모들도 많이 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추모제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선생님을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아이 학원도 빠지고 왔다"고 말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같은 마음으로 참석한 추모제는 정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인을 위한 묵념의 시간 동안 이들은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살아남은 교사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대전교사노조 관계자의 추모사에 참석한 교사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이어서 추모사를 낭독하러 단상에 나온 설동호 대전시 교육감을 향해 참석자들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진행자의 만류에도 자리 곳곳에서 "책임져라!", "가해자가 왜 나와요", "사과하라", "내려와!" 등등의 야유소리가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전교육청으로 거듭나겠습니다"고 발언하던 설 교육감을 등지고 뒤돌아 앉아 끝내 귀를 막았다.
추모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간 설 교육감에 한 시민이 다가가 항의하고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후 동료 교사들의 추모사 낭독이 이어지자 추모제는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지금 1학년인 둘째를 출산하셨을 때도 다른 나라의 아이를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 생각하며 후원해주셨던 가슴 따스한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셨습니다.
"
고인을 기억하는 동료 교사의 추모사에 고인의 어머니는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연신 눈물을 흘려댔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홀로 악성 민원을 견디시며 그 아이를 지키려고 노력하신 훌륭한 선생님이기도 하셨습니다.
"참석한 교사들의 얼굴에는 눈물과 빗물이 섞여 흘러내렸다.
"1년 내내 이들이 선생님을 힘들게 하고 여러 차례 학교에 찾아왔을 때 왜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을 보호해주려고 노력하지 않으셨습니까? 교육청과 교육부 책임자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악성 민원 학부모들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라고 외치는 동료 교사의 울분에 교사들은 호응하고 손뼉을 치기도 했다.
"이분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
고인 가족 대표로 A씨 친동생이 추모사를 낭독하자 교사들은 몸을 들썩이며 오열했다.
추모제는 '꿈꾸지 않으면' 노래 제창으로 마무리됐다.
사회자는 "추모와 애도의 마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담아 여기 계신 모든 분과 함께 부르고자 한다"고 했지만, 끝내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노래의 구절이 구슬프게 흘러나오자 교사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모두 다 잘 견디시길, 버티시길… 그러다 보면 바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이 말을 끝으로 추모제는 끝났고 침묵 속 빗소리만 연신 들려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