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표가 없어요"…철도파업 사흘째 주말 나들이객들 불편

운행률 60∼70%대로 낮아져…경부선 등 주요노선 매진 행렬
지자체 버스 배치 등 대책 나서…물류업계도 상황 예의주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총파업에 들어간 지 사흘째인 16일, 주말을 맞아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불편이 이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의 여객 열차 운행률은 평소 대비 60∼70%대로 떨어진 상태다.

코레일은 이번 파업의 영향으로 운행을 중지하기로 했던 경부선 고속철도(KTX) 가운데 7회를 이날 임시 운행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시민 불편을 해소하진 못했다.

이 시각 현재 경부선 철도 승차권은 거의 매진돼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도시철도와 환승할 수 있는 동해선도 열차 운행률이 줄면서 평소 30분이던 배차 간격이 최대 1시간 30분까지 늘어나 시민 불편이 잇따랐다.

부산시는 동해선 구간과 겹치는 24개 시내버스 노선에 예비 버스 25대를 추가 배치하는 조처에 나섰다.

인천시도 경인선(인천역∼부개역)과 수인선(인천역∼소래포구역) 열차 운행률이 70%대로 낮아지자 두 노선 주요 환승역을 경유하는 전세버스 20대를 운행하기로 했다. 수원역에서는 이날 KTX 운행이 기존 12회에서 5회로 줄어들었다.

새마을, 무궁화 열차 등 일반열차도 기존 142회에서 96회만 운행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원역을 지나 부산, 대구, 전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향하는 열차는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주말이면 이용객들로 북적이던 승강장도 눈에 띄게 한산했다.

어렵사리 표를 구한 몇몇 탑승객만이 조용히 열차를 기다렸다.
열차를 기다리던 이주형(36)씨는 "표를 구하기 어려워 며칠간 계속 예매 앱을 새로고침한 끝에 겨우 취소표를 찾아 열차를 탈 수 있게 됐다"며 "주말마다 하행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파업이 얼른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 매표소에는 입석표나 취소표를 구하려는 이용객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대전역 매표소 앞에서 만난 김모(70)씨는 "만나기로 한 지인이 오후에 경북 김천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하행 열차가 대부분 매진된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춘천역에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발길을 옮기던 이모(54)씨는 "오늘 서울에서 대학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는데 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다른 교통편을 알아보고 있지만 늦어질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다만 파업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일찌감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전주로 올 예정이었던 30대 김모 씨는 "바쁜 사이에 예매를 깜빡하고 이번 주 주중에 예매하려고 하니 토요일 오후 여수EXPO행 KTX가 모두 매진이었다"며 "하는 수 없이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주로 이동하려 한 20대 나모 씨도 "KTX 예매를 하지 못해 전주에서 청주까지 승용차를 이용할 예정"이라며 "불편하긴 하지만 매일 있는 파업도 아니니 너무 불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물류 수송률도 떨어졌다.

구미, 포항 등 공단이 많은 경북에서는 철도 파업 이후 화물 수송량이 평소(하루 5천800t)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으나, 수출품 선적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파업 이후 화물 수송이 줄긴 했으나 아직은 별문제가 없다"면서도 "철도 파업이 길어지면 물류 수송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의 약 20%를 철도 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시멘트업계도 철도파업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충북 제천과 단양에 있는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는 철도를 통한 시멘트 출하가 평소보다 70∼90%가량 감소하자 육송 출하를 늘리고 전국 시멘트저장소(사일로)의 재고를 푸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권준우 김용민 김용태 김재홍 나보배 박주영 이해용 전창해 최은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