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만들다 피부이식까지"…'설탕물 화상' 주의보

"유행 전보다 화상 환자 8배 늘어…녹는점 높고 점성 있어 더 위험"
화상 입으면 흐르는 물에 20분…피부에 붙은 설탕물 억지로 떼지 말아야
초등학교 2학년·4학년생 아들을 키우는 A(42)씨는 지난 8일 아이들과 집에서 탕후루를 만들어 먹다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 A씨는 17일 "아이 건강을 생각해 (사 먹기보다) 설탕 대체제를 이용해 직접 탕후루를 만들려 했다"며 "당도를 체크하던 중 손가락을 뎄다"고 했다.

과일에 설탕물을 입힌 간식 탕후루가 인기를 끌면서 집에서 직접 탕후루를 만들다 손이나 발을 다쳤다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어린 자녀들이 화상을 입었거나 아이들과 함께 또는 혼자 집에서 만들다 설탕물에 뎄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부터 다친 뒤 대처법을 묻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자주 먹는 탕후루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거나 재미로 집에서 직접 만들다가 화상을 당하는 경우다.

화상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아졌다.

화상 성형외과 전문의 권민주 한강수병원 원장은 "탕후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설탕물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평소보다 7∼8배 늘었다"며 "많을 때는 하루 10명 이상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설탕물에 화상을 입어 오는 아이를 하루 평균 4∼5명 정도 보는 것 같다"며 "특히 지난 방학 기간에는 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지 환자가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탕후루의 주재료인 설탕은 녹는점이 185℃로 매우 높다.

또 물처럼 흐르지 않고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어 설탕물에 화상을 입을 경우 피부에 들러붙어 다른 액체류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정환 한강수성형외과의원 대표원장은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설탕물이 피부에 밀착된다는 점"이라며 "뜨거운 게 붙어서 바로 제거하기 힘들다 보니 계속 피부가 손상될 수 있어 화상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설탕물에 화상을 입는 경우는 모두 자칫 잘못하면 3도 화상으로 갈 수 있는 심재성 2도 화상이었다"며 "심한 경우 피부이식 수술까지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오징어 게임'이 유행할 때 역시 설탕을 쓰는 달고나를 만들다 다쳐서 오는 환자가 꽤 있었지만 탕후루는 설탕물의 양이 많다 보니 다치는 면적도 더 넓은 편이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화상 위험 탓에 탕후루 가게는 시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도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탕후루를 만들다 뜨거운 설탕물에 화상을 입었을 땐 초기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화상 부위에 열이 남아 있지 않도록 수돗물 등 흐르는 물에 환부를 20분 이상 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후에는 상처 부위에 항생제 성분이 있는 연고를 바른 뒤 피부에 달라붙지 않는 스펀지 타입의 반창고를 붙여 상처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설탕물이 식으면서 굳어버린 뒤 떼려다 피부까지 뜯기기도 한다"며 "억지로 제거하기보다 젖은 수건으로 감싸서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위험성에 대한 별다른 주의 없이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소셜미디어(SNS) 등 미디어에서 탕후루를 만들어 먹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한 지적 목소리도 나온다.

꽤 위험한 작업인데도 과일, 설탕, 물, 종이컵,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며 그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쉽게 편집돼 그려지면서 어린이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 하다 다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A씨는 "SNS에서는 전자레인지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도전해봤는데 위험성이 상당히 큰 것 같다"며 "다친 뒤로는 주위에 위험하다는 걸 최대한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도 "설탕물이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 사고가 생기는 것 같다"며 "방송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지를 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