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단두대·헬로키티 예수를 만든 괴짜 예술가 "아침에 일어나면 메모지부터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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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마스야드의 아버지' 톰 삭스나이키에 '형편 없는 브랜드'라고 일갈한 남자, 그걸 들은 나이키가 운동화를 직접 디자인해보라고 하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를 위한 운동화를 만든 괴짜 예술가, 그리고 그 운동화를 '마스 야드'라는 세계적인 인기 스니커즈로 만든 천재 디자이너.
16일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서 강연
"완전하지 않더라도 진정성 있는 게 예술
의미 없고 비이성적이라도 끝까지 해봐야"
미국 현대예술가 톰 삭스(57)의 얘기다.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건 나이키 운동화지만, 그는 미술계에서도 '뒤샹과 워홀의 뒤를 잇는 예술가'로 불릴 만큼 인정받는다.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단두대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상징인 샤넬 로고를 새긴 '샤넬 단두대', 헬로키티로 분장한 예수와 마돈나 복장을 한 성모 마리아 등 발칙하고 재치있는 작품이 그의 시그니처다.그런 그가 지난 16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주최한 문화·예술 페스티벌 '다빈치 모텔'의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 3회째인 다빈치 모텔은 대중문화부터 순수예술 등 각계 명사들의 강연과 공연을 한 자리에서 즐기는 행사다.
특히 삭스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섭외에 공들인 인물이다. 정 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강연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삭스의 강연 도중 청소부 차림새로 분장한 정 부회장이 갑자기 나타나, 삭스와 포옹을 하며 친분을 나타내기도 했다.삭스는 그가 20대 때 매료됐던 몬드리안의 작품으로 강연을 열었다. 그는 "미술관에서 몬드리안 작품을 처음 본 후 그걸 정말 사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다"며 "그래서 직접 덕트 테이프로 몬드리안 작품을 재해석해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이 경험은 그가 '수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덕트 테이프와 합판으로 만든 우주선, 서투른 솜씨로 NASA 로고를 새긴 찻잔 세트 등 그가 손으로 만드는 작품은 어쩐지 엉성해보인다. 그는 "내가 직접 손과 지문으로 만드는 과정을 즐긴다"며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부족함마저 인간다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진정성과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나이키와의 협업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손으로 직접 만들겠단 사람이 왜 나이키와 공산품을 만드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제품을 더 오래 쓰게 만들려는 의도입니다. 신발을 사놓고 안 신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반면 마스 야드는 더럽고 헤질수록 빛이 나죠. 사람들이 다 헤질 때까지 신발을 신으면 그만큼 사물에 자신의 인간성을 담아낼 수 있고, 추가적인 소비도 줄이며, 궁극적에는 지구를 보호할 수 있죠."
삭스는 이런 점에서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여기 있는 여러분 모두가 아티스트"라며 "다만 무엇을 하건 약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이 안 되고, 의미 없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해도 끝까지 해보면 결국 자신의 정성과 시간을 쏟음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이런 예술적 영감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도 공유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집어들잖아요. 밤새 꾼 꿈이나 무의식을 '출력'할 시간도 없이 '입력'만 하는 거죠.
일주일간만이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보기 전 옆에 메모지를 집어들어보세요. 글이든, 그림이든, 무의미한 낙서든 '출력'을 해보는 거죠. 이런 과정이 쌓이면 어느 새 당신은 창의적인 아티스트가 돼있을 거예요."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