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 부메랑…택시회사 더 힘들어졌다

서울 법인 택시 가동률 30%
비싼 요금에 외면…손님 6% 감소
낮은 가동률에 주말엔 택시대란

폐·휴업에 대표 극단적 선택까지
사진=연합뉴스
택시요금이 인상된 이후에도 택시회사들의 경영 악화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폐업과 휴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택시업체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대출까지 끌어 쓰다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 구인난 속에 요금 인상 후 승객까지 줄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택시 대란’과 ‘택시회사 경영난’ 개선을 내세워 요금을 대폭 올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저 가동률에 줄줄이 휴·폐업

17일 택시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S택시 대표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13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표는 회사 적자를 막기 위해 개인대출까지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S택시가 보유한 차량은 83대인데 운행하는 택시는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한 택시업체 대표 A씨는 “S택시 기사 대부분이 회사 운영이 가능할 정도의 실적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차고지마저 임차해 쓰고 있어 한 달 적자만 최소 수천만원에 달했다”고 했다.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카롱택시 T1·2가 경영 악화로 파산한 이후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진화택시와 KM2 등 두 곳도 7월 휴업에 들어갔다. 조합 관계자는 “기사 부족으로 서울 254개 법인택시 가동률이 역대 최저인 30%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진화택시와 KM2를 포함해 택시회사 아홉 곳을 운영하는 최모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2019년 이후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누적 적자만 150억원에 달한다. 휴업한 두 업체의 연간 적자는 20억원에 이르렀다. 가동률은 40%로 10대 중 6대는 차고지에 머물고 있다.

기사 절반은 회사에 내는 기준금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준금은 월 430만원(주간) 또는 480만원(야간)으로 택시기사가 한 달에 벌어와야 하는 최소 금액이다. 최 대표는 “회사 유지를 위해선 한 달에 최소 기준금만큼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며 “최소 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기사에게도 똑같이 월급을 주는 전액관리제에선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요금 인상에도 주말 택시난은 여전

법인택시 위기는 기사들이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좋은 택배와 배달 업계로 떠나면서 시작됐다. 최 대표가 소유한 9개 업체 기사는 680명으로 2020년(1450명) 이후 50% 이상 줄었다. 택시조합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전국 법인택시 운전기사는 7만126명으로 2020년(8만9650명) 대비 21.7% 감소했다.

택시 요금 인상 이후 택시 이용자는 크게 줄었다. 올해(1~7월)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1억5622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6628만 건) 대비 6%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월)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29%에 달한다. 올해 7월까지 서울지하철 이용은 15억2870만 건으로 지난해보다 14% 증가했다.

서울시는 택시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 주행거리는 2㎞에서 1.6㎞로 줄였다. 심야 할증 시작은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겼고 할증률은 20%에서 최대 40%로 높였다.그럼에도 주말 심야시간 번화가의 택시대란은 여전하다. 주말 운행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택시 가동률이 떨어져 혼잡시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대부분은 주중에 운행해 부제 해제 이후 주중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대학생 최모씨는 “주말 밤 12시께 강남에서 한 시간 동안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며 “요금은 크게 올랐는데 택시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