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데 더 맛있다" 반응 폭발…SNS 핫플 등극한 '이 곳'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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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잇슈]과거에만 해도 '채식주의자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비건(Vegan)식'이 최근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건 카페'가 새로운 '핫플(명소)'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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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라이스프타일 지향…'비건 디저트' 인기
"채식주의자만 먹는 음식"에서 대중화된 분위기
'헬시플레저' 트렌드 영향도…"비건 아닌 사람 끌어모아"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비건 카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73.59% 늘었다. 같은 기간 비건 카페와 관련된 긍정 평가 비율이 84%를 차지했고, 많이 기록된 단어로는 '유명하다', '맛있다', '좋아한다', '건강하다', '추천한다' 등이 눈에 띄었다.비건은 채식주의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재료를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 카페에서 판매되는 빵과 쿠키에는 버터가, 라떼 종류 커피에는 우유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지만 비건 빵과 쿠키에는 아몬드 오일과 같은 식물성 원재료를 대체해 넣는다.비건 카페에서 판매되는 디저트류는 '비건'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 맛과 모양 모두 일반 디저트와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탓에 기존에 비건을 지향하지 않았던 이들도 SNS에 올라온 '비건 카페 맛집 리스트'를 찾아가며 비건식 도전에 주저함이 없는 분위기다. 1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비건 카페'로 게시된 글은 약 12만5000개, '비건 디저트'는 약 13만5000에 달한다.
18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비건 디저트 전문점에는 SNS에서 입소문이 난 '비건 빙수'를 먹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한때 긴 대기 줄을 이뤘다. 이 전문점은 'NO 밀가루, NO 사탕수수 설탕, NO 유제품, NO 달걀. 건강하고 정직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이곳의 직원은 "확실히 요새 젊은 분들이 건강 챙기기를 챌린지처럼 하고 계시다 보니 많이 찾으시는 것 같다"며 "비건인지 모르고 그냥 SNS에서 보고 오셨다는 분들도 '생각보다 맛있다', '일반 빙수랑 큰 차이가 없다'는 후기를 많이 남긴다"고 전했다.운동 후 이곳을 방문했다는 30대 유모 씨는 "후기를 찾아보니 주말에 비건 쿠키를 구매하려면 오픈런해야 한다고 하길래 시간 내서 평일에 왔다"며 "먹기 전에는 일반 쿠키보다 맛이 별로 일 줄 알았는데 맛있다. 포만감이 있고 식사 대용으로도 괜찮은 것 같아서 집에 쟁여두려고 한다"고 했다. 타지역에서 차를 타고 이곳을 방문했다는 20대 이모 씨는 "건강을 위해 밀가루를 덜 먹고 싶다"며 "사람들 후기가 좋았던 비건 쿠키를 처음 구매해봤는데, 맛이 기대된다"고 했다.
인근의 대형 비건 디저트 카페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콘셉트에 맞게 식물과 자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를 강조한 분위기였다. 이곳도 '판매되는 모든 식음료는 비건입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었고, 이날 단골이라는 30대 여성 고객들이 귀리 라테를 마시러 온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 중 한명은 "지난해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 목록에 이곳이 있길래 찾았는데, 비건에 관심 가지게 된 이후로는 디저트 때문에 단골이 됐다"고 웃음 지었다. 이곳 직원은 "요즘에는 건강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성분 같은 것을 엄청나게 따지고 드시는 분들도 많으신 편"이라고 했다.건강을 위해 돈 쓰기를 아끼지 않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더욱 주목받은 곳들도 있었다. 운동복과 비건 디저트를 동시에 내세운 한 브랜드의 업주는 "원래 이태원의 비건 전문점들은 비건에 비교적 익숙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요즘은 우리 카페에도 젊은 20~30대 한국분들이 많이 찾으시는데, 비건 쿠키의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해 판매 중"이라고 했다. 그는 "브랜드 앰배서더 이런 분들이 운동복을 입고 비건 쿠키 인증샷을 SNS에 올린 것도 인기에 한몫한 것 같다"며 "비건이 아닌 분들도 '건강한데 더 맛있다'며 좋아한다"라고도 했다.한 차 전문점의 직원은 "'예쁜 비건 디저트'로 유명해지면서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과 건강,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손님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제일 인기가 많다는 디저트는 여성 손바닥 크기보다도 작았고, 가격도 8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이 직원은 "비건 디저트라고 하면 건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가격이 비싸더라도 일회성 만족감을 위해 구매하는 데 개의치 않는 분들이 있다"며 "맛의 경우에도 일반 디저트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내려 했다. 그 점이 비건이 아니었던 분들을 더 끌어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비건은 더 이상 어렵고 낯선 개념이 아닌 대중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채식연합은 2008년 15만명에 불과하던 국내 채식 인구가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지난해 150만명을 달성했고, 올해 들어서는 200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