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건강 위협하는 기후변화…제약·바이오 기업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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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열대화 시대에 접어들며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 발병률과 사망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 치료제를 신속히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성이 주목된다[한경ESG] 돈 되는 ESG ETF - 헬스케어 ETF세계 곳곳에서 폭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현재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곳곳에서 폭염 적색 경보를 내렸고, 미국에서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9월 10일에는 리비아에 열대성 폭풍으로 대홍수가 발생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이번 대홍수로 약 1만1300명이 사망했다. 어마어마한 사망자 수는 생존자 수색 작업이 계속됨에 따라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생존자에게 확산될 수 있는 2차 전염병의 확산이다. UN에선 수인성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며 어린이 약 30만 명이 콜레라와 영양실조, 탈수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상기후가 지나간 자리는 생태계와 인류가 얼마나 기후변화에 취약한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시킨다.기후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크게 직접적·간접적 영향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적 영향은 고온 노출에 의한 생리학적 효과,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 같은 비전염성 질환 발생은 물론 가뭄, 폭풍, 홍수, 산불 등 극한 기상현상에 의한 외상 및 사망이다. 특히 폭염은 폭우처럼 피해가 생생하게 목격되지는 않지만 일사병, 열사병, 실신, 경련, 탈진은 물론 심장병, 뇌졸중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질환을 초래하기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을 인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자연재해 중 하나로 규정했다.
간접적 영향은 기후변화가 생태계 변화나 대기, 수자원, 식품 시스템 품질 저하를 유발하면 위생 수준 악화, 면역력 약화로 이어져 감염병 발생 및 확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특히 질병을 매개로 하는 곤충이나 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에 확산돼 감염병을 유발할 수 있어 크게 우려된다. 2019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물론,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2012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대표적이다.
기후변화와 질환 간 상관관계2019년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70%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질환에 의한 사망이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질환은 심혈관 질환, 악성종양, 호흡기 질환, 호흡기 감염, 당뇨, 설사병, 말라리아, 영양결핍, 살모넬라증, 뎅기바이러스 감염증, 열 및 추위다. 이 중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32.8%로 가장 많았다. 호흡기 감염과 설사병을 제외한 모든 질병은 기후변화에 의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중은 적었지만, 말라리아 등 감염병에 의한 사망이 많았던 곳은 아프리카다. 중저소득 국가의 치료제와 백신 접근성을 높여 감염병 유병률,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수차례 예고됐다. 온실가스배출 시나리오별로 차이가 있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미래 전반기까지 연평균 기온의 상승폭이 비슷한 수준인 것과 달리 후반기로 가면 시나리오별 격차가 심화된다. 기상청 데이터를 보면 이미 우리나라의 온난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열대야가 연속된 ‘최장 지속 일수’가 해마다 열흘을 넘긴 적이 없지만, 최근 3년간 매년 10일을 넘겼다. 빨라도 7월 중순 무렵 시작되던 열대야는 2022년에는 6월 26일, 2023년에는 6월 28일에 시작되었고, 서울에서는 1935년 이후 처음으로 9월에 관측됐다.
높은 온도와 습도의 조합은 ‘열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온열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열 스트레스 지수가 30℃ 이상일 때 온열질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권역에서 현재 9일 미만으로 발생하는 극한 열 스트레스 발생일(32℃ 이상)이 21세기 후반엔 6월 중순부터 9월 중하순까지 90일에 걸쳐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거 폭염 일수와 온열질환자 수, 습도와 온열질환자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기후변화와 질환의 상관관계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치료제와 약품 수요 증가인류 건강에 대한 기후변화의 위협은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도심에 녹지를 설계해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대기질을 개선해 열 스트레스와 호흡기 질환을 완화하는 것이 한 예다. 또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발전소를 저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 기후변화 완화 노력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진행 중인 배출 저감 노력은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거론되는 많은 기술 중 상당수는 여전히 개발 단계이며, 상용화된 기술이 있더라도 산업을 전환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온 인류가 합심해 온실가스배출을 중단한다 해도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를 즉시 멈출 수는 없다. 전지구적 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기온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사람들은 건강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 시스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병률이 높아지는 특정 질환 치료제와 약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에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거나 새롭게 등장한 질병의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역량을 지닌 제약사에 성장 기회가 도래할 것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회적가치와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