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현·북아현…재개발 암초된 '조합 갈등'

리스크 커지는 정비사업지

은평 갈현1 재개발 조합원
집행부 전원 해임총회 발의
"이주 1년 넘었는데 사업 지연"
과천주공4도 해임안 찬반 격화

공사비 문제로 사업 지지부진
사업 지연 등의 이유로 조합원이 조합장 해임에 나선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늘고 있다. 최근 해임 총회 발의가 이뤄진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모습. 한경DB
연일 고공행진하는 공사비와 고금리에 따른 금융 부담 등으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조합장을 해임하는 단지도 늘어나고 있다. 조합장을 바꾼 뒤 사업에 속도를 내는 정비사업지도 있다. 하지만 사업 중단으로 조합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구역도 적지 않아 공사비 갈등이 정비사업의 최대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지연 책임”…해임 요구 봇물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갈현동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원은 최근 조합장과 이사, 감사 등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기 위한 해임 총회 발의에 나섰다. 이주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사업 지연으로 조합원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 게다가 서울시 조합 실태조사에서 14건의 법령 위반 사례가 밝혀졌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장을 바꾸고 나머지 절차를 앞당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갈현1구역은 지난해 5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뒤 이주에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고 22층, 4116가구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가 확산했다. 하지만 구역 내 학교부지 해제 문제를 놓고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사업비 대출보증을 승인받지 못해 이주비 금리가 오른 조합원의 불만이 커졌다. 발의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집행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인근 대조1구역 사례를 보더라도 조합장 교체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을 하고 있는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4단지 역시 조합장 해임 문제로 조합원 간 갈등의 골이 깊다. 최근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과 이사 해임 총회를 추진하며 찬성파와 반대파가 갈려 싸우는 모양새다.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가 발단이었다. 2018년 3.3㎡당 493만원으로 책정됐던 공사비를 최근 시공사가 74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통보했다. 조합은 협상단을 꾸려 공사비 낮추기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증액은 불가피하다는 조합 의견에 조합원이 반발하며 공사비 갈등이 조합 내부 문제로 격화했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은 협상 중인 문제”라면서도 “일부 조합원이 3.3㎡당 500만원에도 공사가 가능하다는 현실성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임 갈등에 사업 중단 사례도


최근 조합장 교체에 나선 정비사업지가 늘어난 것은 높아진 공사비와 금융 부담 때문이다. 특히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으로 조합 내 견해차가 커지며 정비사업이 파행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23개 정비구역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673만원으로 2021년(578만5000원)에 비해 16.33%(94만5000원) 올랐다. 여기에 이주비 대출 금리가 평균 연 5%를 웃돌아 사업 지연에 대한 조합원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조합장 교체 후 일부 사업장은 직무대행 형태로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4지구 재개발 조합은 초고층 재개발을 바라는 조합원이 조합장과 임원을 모두 해임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이 새 조합장 선출 전까지 사업을 이어가는 식이다. 성북구 미아9-2구역 조합 역시 지난 7월 조합장을 해임한 뒤 직무대행을 통해 후속 업무를 하고 있다.

다수 사업지는 조합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사업이 중단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인천 부평구 부개4구역은 지난해 12월 조합장 해임 총회를 연 후 재개발이 멈췄었다. 조합 공백으로 용역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최근 사업이 재개됐지만, 철거 공사가 늦어지는 사이 조합원의 이주비 부담은 더 불어났다. 한 차례 조합장 해임 사태를 겪은 경기 광명시 광명2·5구역도 사업이 1년 가까이 지연됐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